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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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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신문을 보거나 방송을 듣다보면 출처를 알 수 없는 뉴스가 많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취재했는지를 밝히지 않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문이 든다. 다른 언론매체의 취재 내용을 인용하거나 전재한다면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 기사 출처의 명시는 신뢰를 높이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인용 보도나 기사 전재는 자사 권위에 손상을 준다고 믿는 잘못된 관행에 젖어있다. 특히 국외뉴스는 통신사의 보도 내용을 재구성해서 자사 특파원 이름으로 예사롭게 보도한다. 서울에 앉아서 여러 외신보도를 취합해 기사를 만드는 것이다. 자사의 취재망이 넓다고 자랑함으로써 사세를 과시하려는 의도이다. 여러 통신사의 기사를 짜집기해서 자사 기자 이름으로 보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야말로 출처 불명의 뉴스이다. 국내뉴스라면 통신사의 기사를 전재하면서도 출처 명기를 꺼린다. 예를 들어 기사 말미에 ‘연합뉴스’라고 표시하지 않는다. 아예 기사를 재구성해 자사 기자 이름으로 보도한다. 다른 매체의 단독기사나 특종기사도 적당히 가필해서 마치 자사가 취재한 양 보도한다. 언론 환경이 바뀌면서 신문은 기사 출처를 표기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방송은 기사 출처에 대한 문제의식이 아직도 희박하다. 라디오의 아침, 점심, 저녁의 정규 뉴스는 보도국이 제작한다. 그런데 시간마다 나가는 간추린 뉴스는 프로그램을 담당한 피디와 작가가 만든다. 이 시간에 나가는 뉴스는 자사 보도국이 취재한 내용도 있지만 거의 통신사 기사라고 보면 틀림 없다. 연합뉴스 보도 내용을 방송 문체로 요약해서 내보내는 것이다. 실시간에 가깝게 보도하면서도 기사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 통신사의 보도는 출처를 명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텔레비전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 없으나, 화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료 화면을 쓰면서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아 시청자를 당황하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국 매체의 화면을 쓰면서도 출처를 명시하지 않는다. 특파원이 현실적으로 사건·사고현장에 갈 수 없는데도 마치 현지에서 취재한 양 화면을 내보낸다. 특파원은 파리에 주재하는데 전 유럽의 화면이 쏟아져 나온다. 그 기사와 화면이 어디서 나왔는지 뻔한데도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통신사나 다른 매체의 보도 내용을 인용 또는 전재하면서 출처를 명기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표절 내지 도용에 해당한다. 보도윤리의 차원을 넘어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해설, 논설, 사진, 동영상, 그래픽뉴스는 이를 취재한 사람의 사상과 감정이 들어간 창작물로 간주하는 게 일반적인 법 해석이다. 통신기사라면 전재계약 위반이다.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뉴스 출처를 명기하는 게 옳다.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아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신문-방송-통신-인터넷이 숱한 정보를 쏟아낸다. 여기에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시민기자의 활동도 왕성하다. 이 과정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그 정보를 근거로 취재해서 재생산한다면 몰라도 그대로 전재하거나 인용하다가는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여기에는 책임문제가 따른다. 기사 출처의 명시가 회사의 권위를 손상하는 일은 결코 없다. 오히려 그 뉴스와 언론사의 신뢰를 높인다.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ekim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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