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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DTV ‘MMS’ 시범서비스 허용되나 |
유료방송 반발로 DTV 멀티캐스팅 논란일 듯
지상파방송사들이 디지털TV(DTV) 채널을 복수로 나눠서 방송하는 '멀티모드서비스(MMS)' 시범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 허용 여부가 주목된다.
방송위원회는 29일 KBS와 MBC, SBS, EBS 등 지상파방송 4사가 월드컵 기간에 DTV의 MMS 시범서비스를 허용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옴에 따라 30일 열리는 상임위원회에 보고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2월에 발표한 지상파 DTV 활성화 추진방안에 월드컵 기간 중 '멀티캐스팅 시험방송 실시'가 포함됐기 때문에 허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상파의 다채널디지털 방송은 기존의 유료 다채널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과 대체 관계라는 점에 따라 유료방송사업자의 반발 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지상파 "MMS는 지상파DTV 활성화 계기 될 것"
MMS란 지상파 DTV의 '멀티캐스팅'과 같은 개념으로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존의 1개 채널 대역(6㎒)에서 HD(고화질)채널 외에 SD(표준화질)채널을 추가로 구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멀티캐스팅을 이용하면 드라마의 경우 HD 채널과 다른 결말을 SD 채널에서 방송할 수 있으며 NG모음 등의 화면을 별도로 내보낼 수 있다.
또 NVOD(준 주문형비디오) 서비스와 스포츠 중계시 다른 각도로 잡은 화면을 동시에 방송하는 것이 가능하고 재난ㆍ재해 방송의 서비스를 운용할 수 있다.
방송위가 지난해 방송사와 가전사, 학계 등의 관계자로 구성한 '디지털방송전환점검단'은 디지털방송 활성화를 위해 시험방송 시간과 지역을 한정해 지상파 DTV 멀티캐스팅 시험방송을 월드컵 기간에 실시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DTV 활성화와 유료방송의 혜택을 못보는 계층에게 프로그램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멀티캐스팅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MMS라는 용어로 바꿔 월드컵 기간에 선보일 예정이다.
KBS 손상진 팀장은 "HD 채널에서 월드컵을 중계하면서 SD 채널에서는 하이라이트 등을 방송할 예정"이라며 "내부 시험 결과 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MBC 석원혁 부장은 "MMS 시범서비스는 HD를 유지하고 특정 시간대에 SD를 편성할 계획"이라며 "다만 방송위의 허용이 결정돼야 편성을 확정할 수 있으며 HD채널의 중계방송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무리하게 편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위는 지상파DTV 멀티캐스팅에 대해 시험방송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도입 여부와 일정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MMS는 유료방송시장 기반 약화"
케이블TV방송사업자는 멀티캐스팅이 유료다채널 시장과 대체 관계라는 점 등을 들어 유료방송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TV는 KBS 수신료를 내지만 무료방송이기 때문에 다채널방송이 실시되면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저가 상품 가입자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저가 상품 가입자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77% 수준(케이블 81%, 위성 44%)이기 때문에 유료방송 시장 기반이 무너질 우려조차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유료방송시장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콘텐츠를 유통할 창구가 줄어 영상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케이블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상혁 팀장은 "우리나라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기술방식으로 미국의 ATSC 방식으로 확정한 것은 다채널이 아닌 HD 중심의 정책인데 멀티캐스팅은 이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지상파는 디지털 전환 초기에 다채널 매체인 케이블이나 위성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HD급 채널 1개만 송출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MMS는 정부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스카이라이프 공희정 팀장도 "지상파DTV의 MMS에 대한 정책은 유료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방송매체간의 디지털전환 격차해소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석원혁 부장은 "지상파는 기본이 HD 정책이고 HD가 경쟁력이 있어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지상파의 H.264 압축방식은 불가능하다"며 "HD를 유지하면 3개 이상의 멀티캐스팅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MMS라고 명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의 지상파 DTV 멀티캐스팅 정책 현황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위가 2000년 12월에 세운 '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종합계획'에서 지상파 디지털은 궁극적으로 HDTV를 지향하며 HDTV 이외의 나머지 여유대역은 부가서비스로 활용하되 부가서비스 응용방안은 방송위와 정보통신부가 협의해 별도로 제정키로 했다.
이와 달리 영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SDTV 다채널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유무료 혼합형의 디지털지상파 방송을 통해 디지털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방송사업자에게 멀티플렉스 사업자의 지위를 주고 멀티플렉스당 4~5개의 채널을 방송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영국의 방송정책기관인 Ofcom은 지난달 19일 지상파 DTV에 유료 TV채널 방송을 금지했던 현행 규제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멀티플렉스 6개 중 3개에서는 모든 채널에 무료방송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폐지됐으며 다만 공익방송채널(BBC, ITV, C4, Five 등)이 무료방송으로 남아야 한다는 의무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HDTV를 지향하고 있으나 방송사 자율로 SD 멀티채널을 방송하는 등 유연성 있는 채널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여러 지상파 DTV 방송사들은 HD와 SD의 병행 방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으며 디지털방송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시점에 멀티캐스팅을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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