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밥 못해주는 엄마 두번 상처줬다" 비난
제작진 "질책할 의도는 없었다" 해명
SBS 시사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가 외식으로 인한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과 유대감 저하를 다루면서 그 원인으로 밥을 하지 않는 엄마들의 사례를 나열하는 데 그쳐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27일 '밥 안 하는 엄마 & 외식으로 크는 아이들'이란 부제로 잦은 외식이 아이들에게 건강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짚었다.
문제는 밥을 하지 않는 엄마들의 사례를 연이어 내보내면서부터. 제작진은 '사라지는 엄마표 김밥'이라는 소제목으로 "김밥 안 싸주는 엄마들이 있는데 숨은 힘들어서 어떻게 쉬는지 모르겠다"라는 한 엄마의 인터뷰를 내보낸 뒤 '누구에게나 힘들고 귀찮은 일이 있고 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있기 마련이다'라는 진행자 박상원의 코멘트를 이었다.
그 뒤로 남편과 이혼한 뒤 생활을 꾸리는 데 바쁘거나 아이에게 미안해 10년간 밥을 사먹였다는 엄마들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소개했고 부모자식 간의 유대감 저하를 설명하면서는 '외식이 지워버린 어머니'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제목을 쓰기도 했다.
프로그램 말미에는 '단지 외식을 비판하거나 모든 어머니에게 밥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엄마든 아빠든 맞벌이든 아니든 어떤 부모로 기억될 것인지 밥을 계기로 생각해 보자'는 제작 의도가 진행자의 코멘트를 빌려 방송됐지만 마지막엔 '엄마가 15년 만에 일을 그만두고 해주신 밥이 맛있었다'는 초등학생의 편지가 느닷없이 등장해 문제 제기가 엄마의 역할에 한정된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방송 이후 SBS 홈페이지에는 27일 방송분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엄마의 책임만 강조해 부모의 성 역할을 구분하는 데 그쳤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밥 '못'해주는 엄마와 그 가정을 위한 방송이어야 하는데 밥 '안'해주는 엄마를 단순히 비난하고 경고해 두 번 상처만 줬다"며 "좋은 주제를 가지고 맞벌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대안 없이 문제만 제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어머니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맞벌이를 하셨는데 방송 후에 남몰래 우셨다"며 "어머니가 밥 해주는 사람도 아니고 자식 소풍 때며 운동회 때 도시락 한번 제대로 못 싸줬다고 게으르다는 소릴 들어야 되나 싶었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올렸다. 연출은 맡은 남규홍 PD는 "식생활 문화가 바뀌는 상황이고 수동적인 입장에 있는 아이들 편에서 외식으로 잃는 것이 무엇인지 가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새겨보려는 것이었다"며 "맞벌이나 여러 상황에 놓인 가정에서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하는 것을 비난하거나 엄마들이 왜 밥을 하지 않느냐고 질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