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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혁신’을 주제로 5~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59차 세계신문협회 정기총회에서, 세계 주요 신문사에서 참가한 신문인들이 혁신 사례들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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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통합 강화 주말판·부록 보강
독자 쌍방향 소통 신뢰성 높이기
‘신문, 혁신의 새 시대’
5~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59차 세계신문협회(WAN) 정기총회의 주제였다. 세계 110개국에서 온 1700명의 신문인들은 3일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이며 ‘신문의 미래’를 고민했다.
신문의 미래는 있는가?=젊은 층이 점점 신문과 멀어지는 일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일로, 세계 신문 산업의 화두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의 신문 판매부수는 2004년과 견줘 각각 2.35%, 0.97% 감소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신문인들은 인터넷과 무가지에서 뉴스를 공짜로 얻는 젊은 세대, 즉 ‘무료 세대’(free generation)를 끌어들이기 위해 시도했던 ‘혁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 가운데 특히 △시민저널리즘 활용 △주말판 확대 △신문 신뢰성 제고 △멀티미디어 서비스 확대 등이 관심을 모았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작은 지역신문 〈블루프턴 투데이〉. 이 신문은 인구 1만5천여명의 소도시에서 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되는 신문인데, 독자들은 기사에 대한 댓글뿐 아니라 신문사가 제공하는 블로그에 자신의 이야기와 사진을 싣는다. 이웃 간의 중요한 대화 소재인 요리법까지 올린다. 이 가운데 일부를 뽑아 다시 신문에 싣는데, 이것이 독자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이 신문의 스티브 옐빙턴 부사장은 “대부분의 신문이 어제 뉴스들을 온라인에 올리는 탓에 웹에서는 한물갔다”며 “우리가 하는 일의 핵심은 바로 독자의 참여”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의 달라진 취향을 겨냥한 주말판도 주목의 대상이 됐다. 〈런던타임스〉의 토요일판 편집장인 조지 브록은 “지난 15년 동안 평일판은 그대로인데, 토요일판과 그 부록은 페이지 양과 판매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수억달러를 윤전시설에 새로 투자한 ‘뉴스인터내셔널’의 레스 힌턴 회장은 “우리는 콘텐츠와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기술을 갖고 있다”며 “대중들은 반드시 양질의 정보를 구분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인터내셔널은 영국의 권위지 〈타임〉과 최대 부수의 대중지 〈선〉을 발행하고 있다.
이 점에서 폴란드의 〈가제타〉가 주목을 받았다. 폴란드 연대노조 운동 과정에서 태어난 〈가제타〉는 민주화 이후 신문시장에서 선두주자였으나, 2003년에 창간된 타블로이드판 무가지 〈팍트〉의 거센 추격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가제타〉는 원칙을 지키며 맞섰다. 이 신문의 피오트르 니엠치츠키 이사회 부의장은 “우리는 중요한 국내외 현안들을 다루면서 ‘선정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며 “우리는 사상의 진지한 토론장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2004~2005년 〈팍트〉를 바짝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험난한 온-오프 통합의 길=독자들의 변화에 발맞춰 세계적 권위지들은 온라인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크게 나눠보면, 온라인에서 특정 콘텐츠를 유료로 파는 〈뉴욕타임스〉 방식과 무료로 많은 독자들이 접속하도록 해 광고 수입을 올리는 〈워싱턴포스트〉 방식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새로운 오디오와 비디오 뉴스들을 어떻게 생산하느냐는 문제가 공통의 숙제로 떠올랐다. 〈워싱턴닷컴〉의 짐 브래디 편집국장은 “종이신문 기자들이 오디오와 비디오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쪽으로 전략의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프라인 기자들에게 오디오와 비디오 취재가 가능한 장비를 지급했고, 오프라인 편집국이 오프라인 편집국 공간과 별개로 비디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공간을 새로운 소통의 영역으로 개척한 사례도 보고됐다. 세계적인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는 온라인으로 권위있는 경제 전문가들과 따로 소통하거나 경제 현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공간을 마련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경험을 소개했다. 유력지 관계자들은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동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노르웨이 신문 〈다그블라데〉의 에스텐 세테르 뉴미디어 편집장은 “출판된 종이신문에 실은 기사를 그대로 온라인에 실어선 곤란하다”며 “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매체에서 사용할 때는 반드시 새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글·사진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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