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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5 18:55 수정 : 2006.07.05 20:46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

미디어 전망대

신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판결 파문은 우리 사회의 신중하지 못한 일 처리 방식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취한 정략적 태도다. 한나라당은 이 법에 대해 완강히 반대하다가 2004년 12월31일 밤 과거사법 처리를 다음 해로 넘기는 대가로 처리에 합의해 주었다. 신문법을 흥정거리로 삼았을 뿐, 이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걸러내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법은 시행도 제대로 해보기 전에 일부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는 비운을 맞았다. 한나라당이 이제 와서 대폭 개정하거나 대체입법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은 분명히 과잉 반응이다.

다음은 조선 중앙 동아 세 신문, 이른바 ‘조중동’의 과잉 대응이다. 헌재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조항은 공정거래법보다 엄격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과 이런 사업자에 대한 지원 금지를 비롯한 3개 조항뿐이다. 나머지 조항에 대한 청구는 대부분 ‘각하’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헌재의 위헌 판결이 있은 다음 날 ‘4개 법률 개폐 시도로 날려버린 아까운 2년 세월’이라는 사설을 통해 흡사 신문법 전체의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취급했다. 동아일보는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헌재가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의 설치 조항에 대한 위헌 청구를 각하했지만, 각하된 부분은 언제든지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신문법을 추진한 시민단체들과 이를 받아들여 입법화한 열린우리당의 태도에도 조급함이 있었다. 법은 사회적 합의를 반영했을 때 비로소 현실적인 규제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매우 복잡한 우리나라의 언론 문제를 조중동이라는 일부 ‘악한’의 문제로 단순화하고, 이를 법으로 견제하려는 과욕을 신문법에 쏟아부음으로써 ‘과잉입법’이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이들이 아직 사회적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자신의 ‘신념’을 입법화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였다.

사회적 합의를 법률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가 무심코 받아들이고 있는 주장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 조중동을 겨냥한 것이 분명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여론의 다양성”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군소 신문’들 중에서 논조와 신문의 내용 면에서 조중동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신문들이 얼마나 되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한겨레와 경향을 비롯한 소수의 신문에 불과하지 않은가?

신문 시장은 과도한 경품과 무료 신문 제공 등 돈을 앞세운 판촉이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법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찬찬히 되짚어 보아야 한다. 조중동이 두터운 독차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과연 이들의 불법 과잉판촉 때문만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불법 과잉판촉은 현행 공정거래법의 단속 대상이다.


조중동의 여론 독과점과 함께 한국 신문시장의 또 하나의 큰 문제인 공급 과잉은, 경제논리로는 퇴출되었어야 할 일부 신문들이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생존하고 있기 때문에 더 악화하고 있다. 신문법을 정부의 개입을 극소화시키면서, 여론 다양성과 공급 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양날의 칼로 벼리는 일은 이제부터다.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 hp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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