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ㆍ언론노조 주최 토론회서 지적
지상파방송사들이 독일 월드컵축구대회에 '올인'한 것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상파방송과 월드컵'이란 주제 아래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방송사는 시청률과 광고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라고 생각지 않겠지만 방송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한국 방송사들이 편성한 프로그램의 양은 축구 종가인 영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편성을 앞서는 것은 물론이고 개최국을 앞섰다"며 "한국은 월드컵 전쟁을 치르는 것이 분명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계 프로그램만이 문제가 아니라 뉴스와 대담 프로그램 등 모든 프로그램이 월드컵 중계를 했다"며 "월드컵 뉴스가 뉴스 전반을 도배하는 동안 사회적인 삶은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팬들도 지겨워할 정도로 양이 많았고 많은 시간을 월드컵 관련 내용으로 채우다보니 같은 내용의 반복, 또는 사소한 내용의 과대포장이 불가피해지면서 결국 시청자들을 식상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이러한 실패를 예상하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한 이유는 현재 지상파들이 케이블의 성장으로 우월적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과 공익적 마인드의 부족 등에 따른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그는 방송사는 그동안 무심했던 사회적 의제들이 무엇인가 판단하고 이를 전달하려 노력해야 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현재진행형 의제를 다룰 경우 진지하고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 발제자인 김언경 민언련 모니터부장도 지상파방송의 중복 중계와 월드컵에만 몰두한 시사, 교양, 오락 프로그램 등의 과잉 편성을 지적하면서 "이런 방송행태를 보고 시청자들이 지상파방송의 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특히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박진형 민언련 활동가는 지상파방송 3사의 저녁 종합뉴스에 대한 분석 결과 "토고전이 있었던 지난달 13일과 14일의 경우 월드컵 보도가 70~80%에 이르는 광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미 FTA나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 급식 사고 등의 현안들이 월드컵에 밀렸다"며 "또 한 방송사에서 하루에 무려 43건까지도 등장한 월드컵 관련 보도들은 경기 하이라이트의 반복과 가십거리의 생산 등 '만들어진' 보도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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