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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1 14:44 수정 : 2006.08.01 19:10

성한용 정치 선임기자 / 김윤섭 포토그래퍼 outskirts@naver.com

[스포트라이트] 성한용 정치 선임기자

‘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현장을 누비는…’으로 기사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헤어스타일은 휘날리기엔 너무 깔끔합니다.(죄송합니다, 선배)

‘노구를 이끌고 현장을 누비는…’ 이것도 안 됩니다. 그가 어느 잡지에 기고한 부장급 현장기자의 소회를 밝히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좋지만, ‘노구를 이끌고’라는 농담은 하지 말아 달라”는 그의 글이 여전히 머릿속에 맴돕니다.

현장에 없으면 목이 마르다

그는 <한겨레> 정치팀 성한용 선임기자입니다. 올해 기자 경력 21년째에 접어든 필드를 누비는 ‘현장기자’입니다. 여기서 잠깐. 선임기자는 부장이나 논설위원 등을 지낸 ‘고참급’ 기자들이 자신의 경력과 필력을 현장에서 펼칠 수 있도록 한겨레가 만들어 운영하는 제도랍니다.

그가 왜 선임기자를 자청했는지 아시나요? 이유는 “현장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답니다. 그는 사회부 사건팀과 법조팀, 정치부 정당팀 및 청와대 출입기자를 거쳤습니다. 그 뒤 4년 반 동안은 사회·정치부장으로 있으며 데스크를 맡았습니다. 데스크는 주로 회사 안에서 후배 현장기자들이 보내온 기사를 손질하고 방향을 제시합니다.

“데스크를 하면서 항상 갈증이 있었어요. 데스크는 후배 기자들이 현장에서 잡아온 물고기를 같이 요리하는 겁니다. 원재료를 잡아오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건데, ‘직접 취재해서 기사를 쓰면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요. 기자로서의 원천적 갈증 같은 거죠.”


그는 ‘열린우리당 3진’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보통 1진은 선배 기자가, 2진, 3진 등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후배 기자가 맡습니다. 출입처에서도 이를 참고하기 마련인데, 열린우리당 쪽에서도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3진 자리에 있는 그의 이름 앞에 당구장 표시(※)를 달아놨다고 합니다. 출입처에서 보기에도 특별한 기자라는 뜻일 겁니다.

부장급 현장기자의 눈에는 후배 기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답니다. 그는 “사건 담당 기자에게 현장은 말 그대로 현장이지만, 정치 담당 기자에게는 ‘사람’이 곧 현장”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무슨 생각을 공통적으로 하는지 흐름을 잡아내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사람의 과거를 꿰뚫고 있는 연륜 있는 기자에게 취재원들이 곧장 들통 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터입니다. 또 경험이 쌓이면 한 가지 사안을 봐도 전후좌우가 보이기 마련이지요.

후배들과 현장을 누비는 게 힘들지는 않으냐고 물었더니, 체력이 조금 달리는 건 사실이지만 후배들에게 ‘왕따’당하지 않기 위해 취재원과 만나는 식사나 술자리에 열심히 참석했다고 합니다. 일손이 부족할 때는 허드렛일이라도 자청해서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도 합니다. 전직 정치부장의 체면보다 후배들과의 소통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현장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여러 특종을 발굴해냈습니다. 지난해 4월, 그는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9-05’기사로 <한겨레> 특종상을 받았습니다. 북한 내부의 소요와 같은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 쪽이 군사작전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는 이 작전 계획을 한미연합사가 작성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는 내용이었지요. 결국 이 작전계획은 백지화됐습니다.

‘기자 촌지’ 뿌리 뽑은 특종

지난 2월에는 반환 예정인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도를 정밀 조사한 자료를 입수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나이 들어서 이런 상 받는 게 쑥스럽다”며 멋쩍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새삼 현장기자의 깊은 눈빛이 도드라집니다.

사람들은 한국의 정치를 욕하고 정치인들에게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가 보는 한국의 정치, 정치인들은 어떨까요?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비난하고, 그들에게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한 사회의 수준은 함께 나아간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반 발짝 정도 앞서가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사실 그들 모습이 우리들 모습이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조건 낙담하고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한국 정치에 희망은 있다”고 말합니다. 되새겨 보면 “우리(시민)들이 한국 정치의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말로 다가옵니다.

“한겨레 기자는 떠나지 않는다”

그는 기자 사회의 촌지 관행을 없애는 데 디딤돌 구실을 했습니다. 지난 1990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에 출입하던 시절,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당시 기자단 간사가 기업에서 받은 촌지 일부를 중간에서 떼어먹었다는 논쟁이 붙었답니다.

이 때문에 열린 출입기자 회의에 그가 우연찮게 참석해 ‘진상’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그의 제보를 토대로 기사화돼 한겨레 사회면 머리를 장식했죠. 당시 사건에 얽혀 있던 타사 기자들 가운데 일부가 옷을 벗었고, 몇몇 기자들도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타사 기자들은 기자세계에서 촌지가 사라지게 만드는 데 이 기사가 큰 구실을 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취미를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일이 취미”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아아, 절망입니다.) 그는 다른 주제로 건너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기자직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합니다. ‘기자 엑소더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겨레 기자는 여전히 해볼 만하다”고 강조합니다. ‘한겨레 정신’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창간 당시처럼 한겨레만 쓸 수 있는 기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한겨레의 정신은 남아 있어요. 주주와 독자들이 주인인 신문이기에 타협하지 않고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신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흰 머리를 휘날리며 현장을 누비는… 아니, 깊고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현장을 누비는 그의 활약이 새삼 기대됩니다. 편집국 사회정책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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