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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7 20:39 수정 : 2006.08.07 22:27

“개별접촉 말자” 방송 3사 합의 두달만에 뒤집어
합의-번복 ‘반칙’ 구조화…WBC때는 재판까지
“피해는 시청자에게…방송위 등 조정·규제 필요”

SBS ‘중계권 싹쓸이’ 뒤엔…

‘마침내 곪은 게 터졌다!’

<에스비에스>의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중계권 ‘싹쓸이’를 두고 방송계 안팎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방송 3사는 그동안 여러차례 스포츠 중계권을 놓고 ‘신사 협정’을 어겨가며 갈등을 빚어왔다.

방송 3사 사장이 중계권 협상 때 개별접촉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문.
방송 3사 합의는 휴짓조각?=이번에 방송 3사 사장들의 협약이 두 달 남짓 만에 깨진 사태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5월30일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 안국정 <에스비에스> 사장이 서명한 ‘스포츠 합동방송 합의사항’ 문건은 명확하다. 문건을 보면, “방송 3사 사장들은 중계권 경쟁을 막기 위해 방송협회 산하에 ‘올림픽·월드컵 특별위원회’를 두어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하고, 한국방송· 문화방송·에스비에스(계열사와 계약사 포함)는 중계권과 관련해 어떠한 개별 접촉도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에스비에스는 공동 접촉과 별개로 자회사를 통해 개별 접촉에 나섰고, 협약서는 두 달 남짓 만에 깨졌다.

지난 3월에는 중계권을 놓고 재판까지 벌어졌다. 한국방송이 한국과 일본의 세계야구클래식(WBC) 준결승전을 단독 중계하려고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방송 3사가 동시 중계를 했지만, 앙금은 그대로 쌓였다. 지난해 8월에도 스포츠 에이전시 <아이비 스포츠>가 2008년 올림픽 축구 아시아 예선, 2010년 월드컵 축구 지역 예선 등의 중계권을 독점 계약하자, 방송 3사는 ‘해외 프로그램 구매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으나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같은해 12월 에스비에스가 아이비 스포츠로부터 국내 농구경기 중계권을 사들였고, 올해 2월엔 한국방송이 아시아 축구연맹 경기와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을 사들인 바 있다. 에스비에스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비난을 두고 “이미 합의가 여러차례 깨지지 않았느냐”고 반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시청자에게=방송 3사 간의 이런 출혈 경쟁은 결국 시청자의 피해로 돌아온다. 에스비에스가 독점 계약한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중계권료는 1억3000만달러(약 1250억원)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중계권료 합계액 6000만달러(약 577억원)보다 117%나 인상됐다. 중계권료 상승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진출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또 2010~2016년 네 가지 겨울·여름올림픽 중계권료도 2002~2008년과 견줘 109% 올랐다.

방송사들은 거액의 중계권료를 만회하고자 광고를 늘리고 월드컵과 올림픽 프로그램을 집중 방송한다. 독일 월드컵 때 방송 3사가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월드컵에 ‘올인’한 것도 바로 광고 수익 때문이다. 방송 3사는 지난 월드컵 때 645억원어치의 매출을 올렸다.

중계권료는 광고료를 거쳐 그 부담이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또 동시 중계는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는다. 언론단체들은 방송사들의 이런 중계권 출혈 경쟁을 ‘외화 낭비’와 ‘시청자들의 볼 권리 박탈’이라고 비판한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는 “에스비에스뿐 아니라 방송사 사이에 중계권 경쟁과 반칙 행위, 이에 따른 불필요한 낭비가 계속되고 있다”며 “자율규제가 안 된다면 방송위원회 등이 나서 사회적·법적 조정과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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