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5 23:19
수정 : 2006.08.25 23:19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 소개로 인연
감방생활 중에도 ‘한겨레’와 만났죠
[하니바람] 3년 만에 단독콘서트 연 전인권 주주독자
“늦어서 죄송해요. 제가 나중에 맛난 것 많이 사드릴게요. 허허.”
전날 공연의 피로 때문이었을까. 한겨레 주주 전인권은 피곤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연실 미안하다를 반복합니다.
왠지 〈한겨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직접 만난 전인권이 말하는 그의 〈한겨레〉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그는 “저와 〈한겨레〉는 사이가 각별합니다. 우리는 제 삶의 굴곡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늘 한겨레에 감사하고 있어요”라며 별다른 인연을 설명합니다.
<모래시계> 작가 송지나씨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89년 ‘겨레의 노래’를 통해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한겨레〉, 99년 대마초 사건 때 친분이 있는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탄원서를 써준 〈한겨레〉, 그리고 고 이은주씨 관련 보도에서도 〈한겨레〉가 그 어떤 신문보다 진실에 가깝게 보도해 준 데에 대해 고마움을 강조합니다.
그는 “(대마초 때문에) 감방생활 2년 동안 〈한겨레〉를 보면 기사 하나하나가 남달라 진실만을 써내려가는 점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한겨레의 매력인 진실성이 조금 꺾여가는 느낌입니다. 더 강한 진실이 담긴 기사를 써 주세요”라며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습니다.
그의 생활인 ‘음악’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문화는 감동입니다. 그런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음악’이 지금은 불황을 견디다 못해 마치 없어질 것 같아요. 그런 음악을 살려주세요.”
그는 “약 10여년 전부터 상업화, 자본화, 대형화로 변질된 음악시장을 되찾기 위해선 인간성 회복과 건강한 심신을 갖는 것만이 해결방법”이라며, “인공적 거대 포장이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무대를 제압하고 지성과 야성을 겸비한 음악인이 그리운 시절”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현실을 방관하지 않고 진실됨을 부르짖는 백기완 선생 같은 사람들과 〈한겨레〉다운 축제인 음악잔치를 벌이고 싶어요. 한겨레 주주와 독자를 위한 공연이라면 저가의 개런티라도, 아니 개런티가 없어도 참석할게요.”
그런 그가 최근 오랜만에 공연장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지난 8월 초부터 27일까지 그는 대학로의 소극장인 롤링홀에서 매일 관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 공연은 흔히 말하는 이름 있다는 가수들은 배제하고 신선함과 참신함을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시절 밴드 출신인 치과의사, 음악하다 건달이 되었다는 사람, 작사를 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조각가 등… 별난 경력을 가진 그의 지인들이 무대에 함께 오릅니다. 여기에 두 개의 베이스를 무대에 올려서 그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도 다양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번 공연에 소개된 노래 ‘나는 찌그러지지 않는다’(가제)에서는 열두 음절의 록과 블루스의 음조가 친숙함을 주면서 ‘그의 건재함’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한때는 공연기획자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던 소극장 공연에 선 그에게는 외로움이 묻어나옵니다.
“초대권이 없는 이번 공연은 국내 전체 공연시장에서 예매순위 중간정도라고 하데요. 그런데도 관객이 하루 30여명 정도 오세요.”
그러나 그는 “관객들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면서 결국엔 관객과의 벽을 허물고 그래서 최종에는 하나가 되는, 소극장만의 매력을 다시 맛볼 수 있어서 즐겁다고 말합니다.
“저는 희망을 잃지 않아요. 잘 될 거라 믿어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잖아요?”
전인권은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숱한 매체에서 말했듯 카지노 발길도 끊고, 건강한 삶을 찾기 위해 샤워도 하루에 3번 이상, 의상도 공연 1, 2부마다 갈아입을 정도로 깔끔해지려 노력한다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글 : 서은주
zzang@researchbank.co.kr/〈하니바람〉 리포터, 김기태
kkt@hani.co.kr/편집국 문화팀
사진 : 최해성
haesung-99@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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