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5 23:32
수정 : 2006.08.25 23:32
군대 갈 때 용돈 털어 주식 사
약자 인권보호 법률지원 앞장
“한겨레가 더 힘써 주세요”
[하니바람] 한겨레 창간주주 박종운 변호사
대학생 시절, 한겨레신문의 창간주주가 되었던 한 ‘열혈’ 청년이 있었습니다.
법조인이 되어 사회정의와 인권수호를 위해 일하고 싶었던 그 청년. 변호사가 되어 젊은 날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박종운 주주독자를 만나보았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보다 ‘밥’이 더 무서운 보통 사람들 사이에 곧잘 통하는 말입니다. 돈이 있으면 법이 가깝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법이란 높기만 한 문턱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지요. 법의 형평성을 믿는다 해도 법률적 지원을 받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법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게 대다수 사람들입니다.
“변호사니까 사건을 많이 맡으면 물론 좋겠지요. 하지만 저희를 믿고 찾아오신 의뢰인분께는 가능한 한 상담을 많이 해서 소송까지 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우선적으로 찾도록 돕고 있어요. 어떤 소송이든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일이니까요.”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종운(42) 변호사는 먼저 ‘소송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부터 꺼냅니다. 게다가 재판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사회정의를 위해서 때로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이 더 기분 좋을 때도 있다고. 사건 수임률과 승소 경력이 변호사의 ‘이름값’을 높여주는 것이 업계의 현실일 텐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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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변호사 약력
1991년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97년 제39회 사법시헙 합격
2000년 사법연수원 29기 수료
법무법인 소명 변호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추진연대 상임위원, 법제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전문위원장, 한겨레가족 법률 상담 등
다양한 사회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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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를 마친 후 2000년부터 법무법인 소명 소속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요 담당분야는 보험 관련 각종 손해배상 사건이지만 장애인, 이주노동자, 탈북 이주민, 난민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률지원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급하게도 물었습니다. 법조인으로서 법을 지키는 일과 약자를 보호하는 일이 상충할 땐 어떻게 하느냐고. 그는 “안타깝게도 현실 법이 약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변론의 달인’답게 열정적이면서도 진지한 말투로 답변을 내놓습니다.
“법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어요. 하나는 기존 법질서를 유지하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변화하는 현실과 미래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향하는 측면이지요. 예를 들어, 현 근로기준법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현행법의 한계로 불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땐 법조인으로서 현실 법을 존중하되 현행법이 가진 문제점과 한계를 고민하고 새롭게 법제도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하지요.”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한층 높아집니다. 장애인 인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그는 최근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뀌면 사회 전반의 인권문제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변호사의 소신이지요. 인권문제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한겨레신문과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87년, 대학생이었던 그는 몸이 아파 휴학을 하고 고향에 내려가서 대선을 앞두고 공정선거감시 활동을 했는데 그때가 한겨레신문이 막 태동할 때였습니다.
“전국민이 하나가 되어 독재정권에 맞선 6월 항쟁 이후 사회 전반에 민주화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희망을 가졌었는데 정권교체는 힘들 것 같더군요. 저는 대통령선거 다음날 군 입대가 예정돼 있었는데, 친지분과 친구들이 군대 간다니까 용돈을 모아주셨어요. 이제 남은 희망은 ‘언론’뿐이라는 생각에 입대 전날 그 돈을 친구에게 맡기면서 한겨레 신문의 주식을 사달라고 부탁했지요.”
호주머니 속의 돈을 탈탈 털어 한겨레신문의 창간주주가 된 그는 정작 군 입대로 창간호는 받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제대 후에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을 보고 자신이 어떤 소명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지 고민했고 법대생으로서 학창시절부터 가졌던 ‘인권변호사’의 꿈을 이루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한겨레신문에 대한 신뢰와 남다른 애정은 여전하지만 쓴소리도 마다지 않으십니다. 특히 한겨레신문이 “사회적 약자, 장애인에 대한 기사에 인색하다”며 서운함을 표합니다. 18년 전, 세상을 바꾸기 위한 희망의 씨앗을 뿌려놓고 입영열차에 몸을 실었던 그때 그 청년의 변치 않은 마음에 이제 한겨레가 답할 때입니다. 법무법인 소명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1713-4 길도빌딩 401호이며 대표전화는 (02)596-3701입니다.
이진경
gotoperu@hanmail.net /〈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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