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31 07:59
수정 : 2006.08.3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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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동생들의 지분보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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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최대주주 동생 보광회장 출국금지 적시 안해
조서 ‘사주 유죄’ 덮기와 비슷…“자사보도 준칙 필요”
‘남의 눈에 티끌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안보인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는 엄격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언론이 자기 회사와 관련된 문제는 감추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성인오락실 비리’와 관련된 <중앙일보>의 최근 보도 태도가 한 예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25일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등 19개 상품권 발행업체 대표와 대주주들을 출국금지했다. 홍 회장은 상품권 발행 2위 업체인 한국문화진흥의 최대주주(지분 26%)이다.
대부분 신문들은 26일치 1면에서 이 사실을 비중있게 다뤘다. <동아일보> <문화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홍 회장의 출국금지 사실을 제목으로 뽑았다. 반면 같은 날 중앙일보를 보면, 홍 회장이 출국금지됐다는 사실을 찾아볼 수 없다. ‘검찰, 다음커머스 등 19개 상품권 업체 수사, 업체 대표 등 29명 출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딸린 표 ‘16개 업체 상품권 업체 순익변화’에 작은 글씨로 홍 회장이 한국문화진흥의 주요 주주인 것만 표시했다.
홍석규 회장은 중앙일보 최대주주(지분 43.79%)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이다. 홍석규 회장을 비롯해 홍석현 전 회장의 동생 4명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문화진흥의 지분은 52%에 이른다. 이들은 중앙일보 지분도 1.14%도 가지고 있다. 중앙일보사 기획팀 관계자는 “보광그룹은 중앙일보 대주주의 동생이 경영하는 회사일 뿐, 중앙일보와 보광그룹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언론재단 김영욱 미디어연구팀장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을 자사와 관련된 문제라고 해서 보도하지 않는 것은 언론으로서 심각한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이런 이중적 태도는 자주 있는 일이다.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은 6월29일 대법원에서 횡령과 세금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역시 거의 모든 신문들이 이 사실을 주요하게 다뤘다. 조선일보도 2면에 기사를 썼지만, 방 사장이 어떤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해명만 길게 썼다. 민언련은 당시 이 기사에 대해 성명을 내어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않은 기형적 기사”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4월 홍석현 전 회장이 주미대사로 임명된 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졌을 때도 축소 보도로 일관했다. 지난해 7월 홍 전 회장이 연루된 ‘X파일’ 사건 때도 그랬다. 중앙일보 문창극 논설주간은 2004년 12월21일 ‘주미대사로 내정된 발행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다른 일에는 이런저런 비판을 잘 하면서 내 회사 회장이라 하여 할 말을 못한다면 이미 언론인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자사의 잘못에 대해서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보도 준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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