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3 19:30
수정 : 2006.09.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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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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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이 나라 언론에 과연 저널리즘이 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도 행태를 보면 묻고 싶은 말이다. 노무현 정부가 정보공개를 거부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알 길이 없다. 언론 보도를 보아도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3차 협상이 끝났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온데 간데 없다. 일정이나 소개하고 어느 분야에서 공방이 있다는 따위가 전부이다. 확실한 사실은 정부의 추진 의지가 철벽처럼 확고하다는 것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단순한 역내 교역의 자유화가 아닌 포괄적 경제 통합을 의미한다. 즉 협상 대상이 상품의 범위를 넘어 자본-용역-기술-인력의 이동을 포함한다. 국가의 모든 영역이 개방 대상이다. 미국의 요구대로라면 사회체제-산업구조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거기에 맞춰 사회-경제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생활환경을 바꿔놓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고 알 권리를 가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국익의 문제이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수구신문들은 ‘협정 반대=반미’라고 등식화하고 있다. 때로는 넌지시 친북이라고 빗대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놓고 미국을 편들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타깃 대상으로 삼는 노 정부와 보조를 같이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니 말이다. 얻을 것은 거의 없고 잃을 것만 있는데도 본질적 내용을 의식적으로 외면한다. 이념이 기사 가치를 판단하는 꼴이다. 어쩌다 시위현장에서 마찰이라도 있으면 폭력성이나 부각시킨다.
방송은 어정쩡한 모습이다. 뉴스를 보면 나쁘기도 하지만 좋을 수도 있다는 따위다. 균형보도라는 틀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공평성으로 포장한 불량보도가 많은 걸 보니 정부 눈치도 적지 않게 보는 모양이다. 그러니 심층성이 모자라 전달력이 떨어진다. 이 협정은 분야별-산업별로 미치는 파급 영향을 분석하는데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긍정-부정 효과를 따져 무거운 쪽에 무게를 둬야 하지 않는가?
노 정부는 이 협정에 정권의 운명을 건 느낌이다. 정책 홍보를 넘어서 정부가 직접 언론 행위에 나섰다. 관영매체를 통해 연신 이 협정만이 국가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열을 올린다. 관료조직과 관변인사를 동원해서 말이다. 부정적 보도에 대해서는 아주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몇몇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진실을 말했다고 해서 관영매체를 통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니 많은 국민들이 그 의미의 중대성을 잘 모른다. 여기에다 당파성에 몰입하여 이념을 삽입하니 착란 현상마저 일으킨다. 협상 내용은 복잡하고 난해하고 방대하다. 모든 사안이 국가경제-사회체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언론은 그 내용을 분야별-산업별로 분석, 비판, 해석, 해설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정보 부족은 미국 쪽 자료로 돌파하는 길 밖에 없다. 미국의 협상전략은 산업계의 요구사항을 집합한 것이다. 그것은 해마다 나오는 무역장벽 보고서에 담겨져 있다.
그래도 <한겨레>가 길잡이 노릇을 해준다. 협상 내용이 어려워 가독성이 떨어질 텐데도 열심히 알리고 바르게 논평하려고 노력한다. 취재 여건이 나쁘고 정보도 제한적인데도 말이다. 한겨레를 꼼꼼히 보면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다. 정부는 배를 산으로 끌고 갈 기세다. 한겨레가 더 분발하여 지향점을 제시하길 바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ekim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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