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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위성 모두 대부분 프로그램 재탕
가입자 급속 이탈
“콘텐츠 늘려야 하는데 막대한 투자비 부담”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봤던 비슷한 방송을 다시 보는 기분이다.”
“대부분 20대 위주 연예오락물이어서 40대는 볼 게 없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지난 6월 위성과 지상파 디엠비(DMB)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디엠비 도입 초기 이용 행태와 편성 분석’을 조사했더니, 이런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마디로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불만은 바로 가입자 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5월 본방송을 시작한 위성 디엠비의 경우 한달 신규 가입자 수가 지난 5월 7만4천명으로 꼭짓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8월엔 1만2천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본방송을 시작한 지상파 디엠비 역시 7월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상파 디엠비는 지상파방송 프로그램들을 시간대를 바꿔 ‘재탕’하고 있다. 디엠비에서만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에스비에스는 <디엠비 문화아카데미> 등 6개, 문화방송은 <내 손안의 책> 등 4개 정도이고, 한국방송은 <생방송 퀴즈쇼 한반도 오엑스>가 유일하다. 에스비에스 멀티미디어팀 김형욱 차장은 “디엠비폰의 특성을 살려 시청자들이 보내는 휴대폰 문자를 바로 방송에 반영할 수 있는 쌍방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지만, 인력이나 제작비가 부족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티유미디어가 운영하는 위성 디엠비도 지상파 디엠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위성 디엠비는 지상파 디엠비보다 10개 채널을 더 운영하고 있지만, 채널 블루와 드라마, 영화 채널을 제외한 대부분이 위성·케이블의 프로그램을 재방송해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 그나마 채널 블루에서 1~30분 길이의 <포켓 드라마>, 종이만화 <무빙 카툰> 등 디엠비 전용 프로그램 30여를 선보였지만, 현재는 5개로 대폭 축소했다.
티유미디어 콘텐츠2팀 김영 팀장은 “가입자 200만명이 손익분기점인데 현재 71만여명이어서, 막대한 콘텐츠 투자비를 들여 자체 제작물을 늘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엠비 시장은 ‘양질의 콘텐츠 부족→가입자 외면→투자 위축’의 악순환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무료인 지상파 디엠비는 수익원이 광고료뿐인데, 가입자가 애초 예상만큼 늘지 않다 보니 광고가 붙지 않고 있다. 위성 디엠비는 유료이지만, 지상파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현대원 교수는 “디엠비는 우리의 원천기술이다. 단말기와 콘텐츠 수출로 높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앞으로 각광받을 뉴미디어 산업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이만제 책임연구원도 “양질의 디엠비 콘텐츠들이 개발·제작할 수 있도록 산학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모바일 콘텐츠 인큐베이션센터’ 설립 등 디엠비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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