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4 22:14
수정 : 2006.09.24 22:14
하니바람
상대적으로 만남의 기회가 적은 장애인들에게 자연스럽고 건강한 만남이 지난 16일 서울 창경궁에서 있었습니다.
〈장애인푸른아우성〉이 장애, 비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가을빛 사랑〉이라는 주제로 단체미팅을 주선한 것입니다.
〈장애인푸른아우성〉은 2003년 ‘장애인의 아름다운 성’이라는 동호회로 출발한 단체로 현재 장애인들이 이성과 만날 기회를 갖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날 단체 미팅에 참석한 사람들은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포함하여 남자 8명, 여자 3명으로 총 11명이었습니다. 처음에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여자 수를 보고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자들에게 어떻게서든 잘 보여서 선택을 받겠다는 저마다의 각오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서로를 탐색해 보기 위한 단체 게임과 1차 파트너와 짧은 개별 대화, 퀴즈 등을 통해 여자들이 맘에 드는 남자들을 간택하면 최종 커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퀴즈와 벌칙은 각 사람의 장애의 정도에 따라 조정이 되었습니다. 정신지체인의 경우는 퀴즈의 난이도를 조정하고 지체장애인의 경우는 엉덩이로 이름쓰기 대신에 목으로 이름쓰기 등의 벌칙이 주어졌습니다. 이 모임에 참여했던 지체장애인 최민석(34· 이하 가명)씨는 “2년 전 처음으로 바깥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만남을 통해 파트너를 꼭 만난다기보다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기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1년 만에 초, 중,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작년에는 장애인발명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의 MVP 커플로는 참석한 사람들의 만장일치로 지체장애인인 고아라, 김현철씨가 되었습니다. 현철씨는 심한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선택해 주시면… 최대한 봉사를… 하겠습니다”라고 아라씨에게 힘겹게 고백을 했고, 아라씨는 그러한 그를 기쁘게 받아 주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여자와 커플이 되지 못해 풀이 죽은 정신지체 장애인인 이윤수씨를 최민석씨가 위로해 주었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커플이 되지 못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 이유를 알고 자신의 모습을 바꾸면 언젠가 좋은 파트너와 커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장애인푸른아우성〉의 조윤경(33) 대표는 장애인들의 모임에 비장애인들이 많이 참석해 주길 바랐습니다.
“장애인 모임에 많은 비장애인이 참석해서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성의식과 시선을 부드럽게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나혜영
hyeyoungz@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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