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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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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왔던 곳인데…”
‘20세기 수학여행’ 바꿔야
며칠 전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중학교 교사인 내가 수학여행 기간 동안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옛날과는 수학여행의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수학여행 떠나기 며칠 전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가슴 설레며 밤잠을 설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노랫말을 종이에 복사해 노래를 배우고,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카메라와 녹음기가 있는 아이들은 반을 대표하여 준비하고, 춤도 서로 배우고, 그야말로 수학여행은 여러모로 새로운 문화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면 수학여행 내내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불렀고 추억을 만드는 여행다운 여행을 위해서라면 목이 터져라, 일부러 악을 질러대며 성대를 혹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시락이 형편없고 잘 방이 비좁아 한반 아이들이 빼곡히 누워서 잠을 자도 그 자체가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일단 버스 안에 오르면 이어폰을 끼고 MP3 음악을 듣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자기만의 세계 속을 여행하느라, 창밖 풍경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모두 각자 논다’고 할까요.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이미 와 본 곳이라며, 버스에서 뭉그적거리며 온갖 핑계를 대며 대열에서 빠지려고 합니다. 힘들게 걷는 것 자체를 귀찮게 생각하고 안내판을 유심히 읽는 학생도 없습니다. 필요한 건 인터넷에 더 많은 정보가 있으니 메모할 이유가 없다는 심산이겠죠?
이번 수학여행을 인솔하면서 이제는 학생들 수학여행 방식도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둘러싼 교육환경과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수학여행은 여전히 ‘의례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기존 방식’의 행사로 그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가족 단위의 여행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과 같은 수학여행을 꼭 연례행사로 실시해야 할까요?
만약 꼭 필요하다면 이제는 수학여행도 학생들의 창의력 신장과 함께 어울림을 위한 교육과정의 하나로 새롭게 전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수학여행’. 먼 훗날 이들이 소중하게 기억할 그런 수학여행을 만들어 줄 책임은 교육전문가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는 듯합니다.
이옥근 lok0327@hanmail.net/
〈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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