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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7 19:39 수정 : 2006.09.27 22:49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미디어전망대

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난감하다. 답답하고 서글프며 안타깝다. ‘총체적 난맥상’이라는 표현은 누가 먼저 꺼냈든 상관없이 옳다. 그보다 더 심한 말을 들어도 누가 뭐라 감히 대꾸할 것인가? 그러면 안 된다고 아무리 말려도 무턱대고 설친 판은 결국 이렇게 참담히 일그러졌다. 화려한 잔치는 너무나 쉽게 끝장났고, 그 뒷감당을 어찌하고 그 부채를 어떻게 청산할지 태산 같은 걱정과 숙제만 남았다. 맥이 쉽게 집히지 않는다. 허물어진 판을 튼실한 꼴로 뒤바꿀, 무리한 틀을 함당한 틀로 개선할 방도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게 엉망으로 꼬여버렸다. 어찌 이리 빨리도 추락할 수 있을까? ‘비상사태’,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은 우리 모두를 참담하고 당혹스럽게 만든다. 미국이 도박 시장까지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야기가 아니다. 갈 데 없는 노인들과 이대로 내버려 두라는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뭉개버리는 평택의 사태가 아니다. 그런 소식들을 사회적으로 매개해야 할 판, 사회적 소통과 민주적 언론의 책임을 진 장, 바로 방송계의 문제다.

방송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우리가 시급히 사회의 이름으로, 시청자의 이익 즉 공익을 위해, 신속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더욱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중대한 위험 상황이다.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대승적 이익을 간과한 채 소아적 이득에만 집착한 정치권에 있다. 진보의 넓은 가치와 전망 대신에 현실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기 바쁜 정권에 있다. 미숙성한 정당정치는 방송을 자율적인 ‘장’으로서 존재하지 못하도록 타락시켜 버렸으며, 저열한 정치의식은 방송계를 비상식적 인선과 비합리적 절차, 반사회적 판단의 무대로 변질시켜 버렸다. ‘장’의 후퇴, ‘판’의 타락이다.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교육방송을 보고 한국방송을 보라. 사장과 감사, 이사를 둘러싼 온갖 논란이 위기의 방증이다. 이들 공영방송 체제의 양대 축에서 터진 위기를 조절·봉합하기는커녕, 이를 방임하고 부추기는 방송위원회를 보자. 위원장과 위원 자리가 그렇게 쉽게 뽑고 쉽게 내놓고 쉽게 바꿀 정도로 만만한 것인가?

교육방송 사장과 감사 선임에 반대하는 각계의 성명이 이어지고, 사장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한국방송 이사회와 노조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대립과 파국의 평화적 해소는 과연 가능할까? 배제된 시민의 이익은 누가 챙길 것인가? 시청자가 주권자로 나서야 한다. 상식과 합리, 민주의 무기로 개입해야 한다. 방송의 문화를 정치의 야만으로부터 구원해야 한다. 후진 판을 엎고 장을 쇄신토록 요구한다. 사태의 당사자, 위기의 주범들은 자기 책무만 다하면 된다. 과잉정치는 당장 무대에서 빠지라. 일방적 교육방송 인사는 서둘러 철회하라. 한국방송 문제는 ‘반 정연주’ 혹은 ‘친 정연주’의 저급한 게임이 아닌, 공익보호를 위한 합리적 추천 방식 마련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로 돌파하라. 방송위원들이 할 일도 간단하다. 총체적 부실을 사과하고 무능한 처사를 반성하라. 정치와 결별하고 사회와 연대하라. 공영방송 보호의 철학과 전망을 제대로 갖추라. 몇몇 사람의 교체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방송계의 전면적 수술이 절실하다. 정략과 야합의 판에서 상식과 합리의 판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eunacom@knu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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