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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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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포털은 언론일까? 한때 논란거리였지만 지금은 대체로 그렇게 본다. 뉴스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언론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자체 뉴스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기사의 취사선택 같은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기존 언론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사행위일지언정 포털은 언론이다. 언론으로서 포털은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 걸까? 이 대목에서는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흥미 위주의 뉴스, 자극적으로 돌변하는 기사 제목 탓이다. 오보나 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도 마치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자세다. 최근 포털에 대한 여론몰이가 한창이다. 특이한 것은 보수진영이 그 대열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지난달 18일 ‘포털뉴스 무엇이 문제인가’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며칠 뒤 정책토론회도 열었는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했다. 자칭 ‘포털의 원폭 투하에서 살아남은’ 전여옥 의원은 포털 저격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뉴라이트의 대표주자인 자유주의연대는 포털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을 강하게 성토한다. 5·31 지방선거 당시 5대 포털을 모니터한 결과 여당에 유리한 보도 행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예리한 비평 솜씨를 선보이다 포털 피해자 모임의 대표로 특화한 ‘변희재’를 이 맥락에 집어넣어도 좋을지 모르겠다. 그는 지난 5월 <2007 대권! 포털이 결정한다?>는 책을 출간했다. 현 정부가 포털을 이용해 정권 재창출을 도모한다는 문제의식이 기발하다. 〈조선일보〉는 때맞춰 변희재씨에게 지면을 할애했다. 이 신문 5월15일치 ‘아침논단’에서 변씨는 ‘포털 뉴스가 정권 쪽에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대꾸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은 아니다. 인터넷언론을 신문법에 법제화하면서 포털을 제외한 것이 정권의 포털 장악 의도라는 황당한 논리가 여과 없이 게재되는 데 놀라울 뿐이다. 이 신문의 인터넷기획팀장은 9월29일 ‘포털=악덕 신흥재벌’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뒤질세라 〈동아일보〉는 한 논설위원이 나섰다. 그는 지난 4일 칼럼을 통해 친정부적 성향이 강한 포털을 그대로 두고 내년 대선을 치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포털은 바뀌어야 한다. 언론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선을 넘어서는 포털 공격은 당리당략적이다. 첫째, 인터넷이 대선의 승패를 가르고 포털이 그 중심일 수 있다. 그러나 포털뉴스가 정권에 편향적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만약 그랬다면 5·31 지방선거 결과로 나온 여당의 참패, 현 정부의 초라한 지지율 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포털의 여론 지배력이 그토록 지대하다면 말이다. 둘째, 만에 하나 포털의 편집 행위가 특정 정파에 우호적이라면 그것은 논조의 문제다. 그 경향성은 신문이 누리는 것과 같이 침해될 수 없는 언론 자유의 근간이다. 추석을 앞두고 여러 언론사들이 대권 주자들의 지지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야당 인사들의 순항이었다. 포털은 왜 이를 주요 뉴스로 취급하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따위는 명백한 편집권 침해란 뜻이다. 포털은 전문가적 접근이 요구되는 문제다. 포털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에 편승해 ‘포털 길들이기’에 나서서는 포털을 고매한 언론으로 유도할 수 없다. 대권을 좌우할 ‘넷심’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jaek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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