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9 21:12
수정 : 2006.10.29 21:12
하니바람 홀씨통신
80년대 초 ‘땡전 뉴스’라고 있었다지요? 9시 뉴스 땡! 만 하면 ‘전’두환… 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라는데, 요새 일본의 뉴스는 ‘땡키 뉴스’ 입니다. 왜냐고요? 땡~ 하면 ‘키타초센와~(북조선(일본에서는 북한을 北朝鮮이라고 부른답니다)은~이라는 뜻)’로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안 그래도 원래 땡키 뉴스는 많았는데, 일본은 한국보다도 훨씬 북한이 하는 일에 예민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북한의 뉴스를 본 것도 일본이랍니다. 북한에서 무슨 일만 했다 하면 방송에서 어찌나 들썩들썩거리는지,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한국에선 무덤덤하거나 그다지 화제로 삼지 않는 반응까지 뉴스가 될 정도이니까요. 그러니 이번 북한의 핵 사태에 대해 핵폭탄 피해국인 일본이 어떤 분위기일지는 말씀 안 드려도 짐작가실 겁니다.
저는 일본의 임시 공무원이고 양국의 교류를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민감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북한의 납치 문제나 핵 문제로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고 부끄러워지기도 하지요. 이번 사태에 대해 저희 동기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에 있어도 한국 사람이기에 느끼는 일종의 ‘안전 불감증’ 이었습니다. 설마하니 정말 쏘기야 하겠어~ 라던가, 전쟁까지야 안 가겠지, 등등. 그래서 진심으로 한국의 가족이나 친구, 특히 남자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답니다. 다 그 안일함에서 비롯된 거지요. 하지만 일본에서 내보내는 방송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설마가 정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은근히 일본에서는 제2의 6.25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이 나면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납치나 핵 등의 위협(?)도 양국 분단으로 인해 일본을 귀찮게 하는 문제들도 깨끗하게 사라질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는 듯 합니다. 단순무식한 생각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이 정말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한국보다도 일본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본이 북한의 핵 문제에 민감한 이유를 짚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일본의 시골 분들 중에는 북한과 한국을 구별 못하는 분들도 계시답니다.
그래도, 북한이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킬 때 느껴지는 안일함이라던가 부끄러움같은 감정은 ‘북한과 우리는 한민족이다’는 생각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6.25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기에 절대 느긋해질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땡키뉴스로 도배한 일본 방송을 볼 때마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 속을 교차하는 요즘,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번 핵 사태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하는 게 현명할까요? ‘한국의 가족들이 걱정된다’라는 개인적 감상부터 시작해서,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라는 대답만으로는 성이 차질 않는데 말입니다. 진짜 걱정되는 것은 ‘해결되기를 바라는데도 이번에도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라고 이야기하면 ‘소우데스네~’ 하며 동조할 일본 분들의 대답입니다.
심수정
yukimori@hanmail.net/<하니바람> 일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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