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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9 21:13 수정 : 2006.10.29 21:13

글쓰기 스스로 깨쳐야
신뢰주는 신문이라야 구독

민들레 문화원 수업

오후 3시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민들레 문화원에 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 읽기 시작한다.
열명 정도의 아이들이 모이자 백영현 선생의 수업이 시작됐다.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우리학교는요’
아이들은 자기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어떤 아이는 ‘교장선생님이 짠돌이’ 라고 했고, 어떤 아이는 ‘학교에 연못이 두 개나 있다’고 자랑했다. 또 어떤 아이는 ‘똥 싸고 물 안 내리는 아이가 있다’고 쓰기도 했다.
그는 이따금 ‘그 일에 대해 더 이야기 해 보라’ 거나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고 간간히 조언을 한다.
글을 다 쓴 아이에게는 “코코아 한잔 마시며 자기가 보고 싶은 책 아무거나 꺼내보며 놀라”고 말한다.
만화책을 보든 동화책을 보든 그것은 아이가 판단할 몫이다.

[하니바람] 초등생 글쓰기 가르치는 백영현 주주


“80년대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동료 교사들이 해직되었고, 난 그들을 뒷바라지 하는 일을 하다가 그런 연유로 갈등과 압력으로 결국 사표를 던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막막했고 외톨이처럼 혼자 였습니다. "

15년간의 교사 생활을 접고 마음을 다잡아 시작한 것이 ‘글쓰기 책읽기’ 지도 였답니다. 그 당시는 사람들이 주산학원 속셈학원 등 아이들의 학업과 재능발달 교육에만 매달렸지 글쓰기나 책읽기엔 거의 관심이 없었답니다. 재정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몇 해 보낸 후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신의 일도 많은 호응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초등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습니다. 중고생은 저의 몫이 아닙니다.” 그는 중고생을 상대로 논술지도를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욕심 내지 않습니다.

민들레 문화원에 들어서면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일반 학원처럼 교재들이 즐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용 책들이 주제별로 모아져 있었습니다. 특히 동화책은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습니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을 물어보니 "감동과 재미"라고 말합니다.

"책은 책일뿐이에요.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이나 독후감을 적으라고 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책이 아주 재밌다’는 것이에요.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재미와 감동을 느낀 후 책이 즐겁고 가치를 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아이들 교육으로선 성공입니다.글쓰기는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에요. 목적이 들어간 글은 순수한 글이 아니에요. 상을 받기 위한 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글, 칭찬을 받기 위한 글은 좋지 않아요. 요즘 논술이다 뭐다 해서 글쓰기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데 진정한 글은 자신이 주인이 된 글을 말하는 것이에요. 책을 읽고 난 후 그냥 떠오르는 감정에 대해 적어보라고 가르쳐요. 이렇게 글이 내 삶을 진실하게 표현하고 있을 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어요. 저는 이런 읽기와 쓰기가 참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백영현 주주는 1986년 MBC신춘문예 수필 부문과 이듬해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된 동화작가이십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 아이들’, ‘해뜨는 교실’, ‘창의력을 기르는 동화’, ‘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가 있습니다. ’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는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합니다.

“내가 비록 주주이긴 하지만 신문에 날 정도로 한겨레를 위해 한 것이 없다”며 부끄러운 미소를 가진 사람.

“‘일단 한번 봐라’는 구독 권유는 곤란해요. 신문을 보게 하기 위해선 권하는 사람이 먼저 ‘믿음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처음 한겨레를 보게 된 것도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한겨레 기자로 일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이 하는 일도 좋아지잖아요. 신문 한 부 권하는 것보다 남에게 ‘믿음‘을 주는 삶의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저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저 사람이 보는 신문이라면 봐도 좋겠다’는 그런 신뢰를 쌓다보면 좋은사람과 좋은신문이 세상의 많은 부분을 덮지 않을까요“

그는 주말 대안학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부산 서창 본가에서 격주에 한 번씩 주말학교가 열립니다. ‘민들레 해보기(‘해보다’는 뜻) 학교’라는 명칭으로 감자심기, 쑥캐기, 꽃떡 만들기, 새총 만들기, 토마토 심기 등 각 계절별로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과 계절에 할 수 있는 놀이기구 만들기 등의 교육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버들피리같은 놀이기구를 어린이들이 스스로 만들며 스스로 즐긴다고 합니다. 이 교육의 핵심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학생이 직접 자신의 땅을 정해 식물을 기르는 등 과정의 배움을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오늘도 한 대학교 글쓰기 수업에서 자신의 소개를 제대로 못쓰는 수강생에 그는 “오늘은 글 쓰고 싶은 기분이 아닌 것 같네요.”라며 굳이 쓸 것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삶이 묻어나는 글쓰기를 격려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줍니다.

글에 대한 진솔한 자세, 그는 역시 한겨레 사람입니다.

글 최정주 cjj4949@hanmail.net 김윤섭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리포터

사진 김윤섭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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