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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0 09:51 수정 : 2005.03.10 09:51

지난달 21일 수원에 뿌려진 조선일보 지국 이름의 ‘카메라폰 경품’ 전단지. 4월부터 불법 경품제공에 신고 포상금제가 시행된다. \

신문 ‘공짜구독·경품’ 신고하면 포상금‘최고 500만원’
4월 시행 신문고시 신고포상금제, ‘신파라치’의 조건은?

카파라치, 쓰파라치, 식파라치(식품위생법 위반 신고), 자파라치(자판기 불법설치 신고),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신고), 표파라치(선거법 위반 신고), 땅파라치(무허가 토지형질변경 신고), 주파라치(주식 불공정거래 신고), 크파라치(신용카드 위장가맹점 신고)….

한국사회에서 ‘파라치’의 역사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생계형 부업’의 압축적이면서 동시다발적인 변천사다. 또한 파라치는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공익’과 생계 해결의 ‘사익’이 행복하게 만나는 한국식 ‘제3섹터’의 구현 모델이다. 부작용도 없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사소한 탈법이 재산상 손해나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사회적으로는 불신과 감시의 분위기가 높아진다. 하지만 적발 대상이 기초질서가 아닌 사회구조에 해악을 미치는 것이라면 이 정도의 부작용쯤은 필요악이다.

공익과 사익의 행복한 만남 ‘파라치’…이젠 ‘신파라치’ 시대


다음달부터 새로운 파라치의 시대가 열린다. 이름하여 ‘신파라치’.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의 유형 및 기준’(신문고시) 위반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금 지급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지난 8일 밝혔다. 신문고시는 신문업계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기 위해 1996년 제정된 것으로, 1998년 한 차례 폐지됐다가 2001년에 다시 시행됐다. 보도에 따르면, 신문고시 위반을 신고할 땐 최대 50배 최고 500만원까지 포상한다.

이아무개(71·경기 안양시 동안구 발산동)씨는 며칠 전 집을 찾아온 한 신문사 지국 직원으로부터 ‘상품권 3만원과 8개월 무료구독’을 조건으로 구독을 권유했다. 평소 신문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는 ‘이거다’ 싶어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이 신문고시를 위반한 것인지, 어디에 어떻게 신고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때부터 이씨는 온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신문사와 관계기관 곳곳에 알아봤다. 결론은 “신문고시 위반에 해당할 뻔했으나, 미수에 그쳤다”였다.

하루를 집에 있다 보면 ‘신파라치’는 평범한 시민에게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님을 쉽게 경험한다. 그러나 혼탁한 신문시장을 맑게 하고 짭짤한 수입까지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신문고시 내용과 신고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눈앞에서 놓치고 만다. 이씨의 경우 결정적으로 ’구독신청을 하지 않아’ 포상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포상제도가 오는 4월에야 시행되는 것은 때를 잘 못 만난 탓으로 돌리더라도 말이다.

‘공짜구독료 + 경품’이 1년치 구독료 20% 넘을 땐 최고 500만원

신문고시는 신문 판촉행위뿐 아니라 신문사 본사와 지국간 계약, 광고주와의 계약 등에서의 불공정 행위도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있어 내용이 제법 복잡하다. 하지만 일반 구독자이자 생계형 부업을 바라는 이는 판촉행위 관련 규정만 알면 되고, 이 규정은 그리 복잡하지도 않다. △공짜 구독기간에 해당하는 구독료와 경품 비용을 합쳐 1년치 구독료의 20%를 넘을 때 △구독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7일 이상 강제투입할 때 두 가지 경우뿐이다.

7일 이상 강제투입하는 건 따로 복잡한 셈법이 필요없다. 경품 제공의 기준은 전자계산기를 몇번 두드리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최고 500만원이 걸린 일이다. 현재 종합일간지 1년치 구독료가 14만4천원(1만2천원 ×12개월)이므로 공짜 구독료와 경품 비용을 합쳐 2만8800원을 넘으면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 물론, 경품 없이 공짜 구독을 석 달만 약속해도 신고할 수 있다. 공짜 구독 한 달이면 경품이 1만6800원을 넘으면 되고, 두 달이면 4400원만 넘어도 된다.

앞서 이씨의 경우처럼 신문사 쪽에서 공짜 구독과 경품제공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실제로 구독신청이 이뤄져야 한다. 단순 제보에는 포상금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직접적인 불공정 행위가 발생했을 때만 규제기준을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독계약서를 작성하면 빼도박도 못 하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대개 구독신청을 할 때 공짜 구독기간은 구두로 계약하기 때문에 경품 현물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품 현물만으로도 증거로 인정해줄 방침이다.



경품 현물 증거로 꼭 챙기고…구독계약서 있으면 금상첨화

영민한 파라치는 눈치챘겠지만, 신고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주무과는 가맹사업거래과이고, 전화번호는 02-504-9466~7이다. 그러나 전화신고는 받지 않는다.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조처를 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서면으로 접수해야 한다. 다소 번거롭겠지만 최고 500만원이 걸린 일이고, 다른 파라치들도 그 정도 수고는 다 해왔다. 포상금도 쏠쏠하지만 게다가 혼탁한 신문시장을 맑게 하고 언론개혁의 벽돌을 쌓는 매우 뜻있는 실천이다.

최대 50배 최고 500만원은 무슨 뜻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포상금 기준이 적용될까. 법위반 금액의 최저 5배에서 최대 50배, 금액기준으로는 최저 3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까지다. 최저 기준까지 알고 나면 다소 맥이 빠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부터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적어도 30만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가슴이 뿌듯해질 것이다. 구체적 기준은 좀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직 구체적 안이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다”며 “4월1일 시행 전까지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상금 제도가 시행되려면 아직 20일 가까이 남았다. 신문사들은 남은 기간 동안 독자를 최대한 ‘매수’하려고 최근 집중적으로 경품을 뿌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포상금도 안 나오는 것, 이 때 경품이라도 챙기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문사들의 불법판촉은 자본력이 앞선 소수 거대 신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언론시장의 독과점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소탐대실’은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파라치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

마지막 핵심정보. 이 달에 미리 경품받고 다음달에 신고해도 포상금 지급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한 시점이 제도가 시행된 다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신문고시 신고포상금제 적용 사례 및 신고요령>

1. 강제투입 7일 넘길 때
2. ‘공짜 구독료 + 경품’이 2만8800원 넘을 때(종합일간지 현재 구독료 기준)
-공짜 구독기간 3개월 이상일 때
-공짜 구독 없이 경품 2만8800원 넘을 때
-공짜 구독 1개월에 경품 1만6800원 넘을 때
-공짜 구독 2개월에 경품 4400원 넘을 때
3. 신고에 필요한 증거
-현물(필수), 구독계약서(선택)
4. 신고처 및 신고방식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과(02-504-9466~7)
-서면 접수
5. 적용 시점
4월 이후 판촉행위부터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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