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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8 17:04 수정 : 2006.11.08 18:04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골적 성묘사에서 변화가 없는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 2006년 10월4일에 실린 내용이다. 이 소설은 문화일보에서 20일 현재 1456회가 연재되는 등, 문화일보에서 인기리에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문화일보, ‘강안남자’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를 둘러싼 논쟁이 ‘정권의 신종 언론탄압’이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애초 문제의 출발점이자 본질적 내용인 소설의 선정성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정치 공방’이 논란의 주전선이 되어버린 모양새다. ‘야한 신문소설’에 대한 논의가 ‘정치공방’으로 변질된 데에는 청와대의 ’기여’와 이에 대한 보수언론의 여론몰이가 한몫했다. 청와대 여직원들이 ‘선정성’을 이유로 <문화일보>를 무더기로 끊자, ‘강안남자’는 ‘선정적 소설’에서 일약 ‘정권의 탄압을 받는 신문사의 대표상품’이 되어버렸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의 ‘선정적 신문소설’에 대한 국감 질책 이후 ‘교묘한 편집’으로 정 의원을 다루고 정 의원에게 정치부 기자가 ‘협박성 언질’을 전했을 뿐, 지면을 통한 공개적 입장 표명에 나서지 않았던 <문화일보>가 움직인 것이다.

‘선정성’ 논란 속에서 침묵하던 <문화일보>는 7일치 한 개 면을 털어 절독을 결정한 청와대의 조직을 문제삼고, 8일치에서도 “논조 거슬린다고 절독은 유치한 일”이라는 제목으로 일각의 반응을 전했다.

조선·중앙·동아, 일제히 문화일보 응원 “누드 실어도 독자가 안보면 그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7일과 8일치 칼럼과 사설 등을 통해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에 대한 탄압’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7일 황호택 논설위원의 칼럼 ‘횡설수설’ ‘강안 남자’을 통해 이 소설의 가치를 역설했다. 황 논설위원은 “...조철봉의 염사(艶事)로 머리를 식히는 것이다. 그것은 삶에 윤활유를 공급하는 판타지이자 권태로운 미각에 자극을 주는 초콜릿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며 “‘강안 남자’는 직장인들이 읽는 신문소설이다. 청와대와 국회의원이 정작 신경 써야 할 곳은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방치돼 있는 인터넷 동영상과 만화의 외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 “삶에 윤활유 공급하는 판타지, 자극 주는 초콜릿” 평가

<조선일보>는 7일치 사설에서 “과거 독재권력이 정권을 홍보하는 특정신문을 관청과 공공기관이 구독하도록 압박한 예는 있었다. 그러나 이 정권처럼 권력을 동원해 비판적인 신문을 끊는 것을 언론압박 수단으로 남발한 정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를 비롯한 이들 신문은 정작 ‘종합일간지가 ‘강안남자’와 같은 소설을 연재하는 것이 적정한가’라는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답을 피한 채 ‘청와대의 신문 절독’에만 초점을 맞춰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중앙일보> 유재식 논설위원은 8일 시론에서“…여성의 누드 사진을 싣는 신문이라도 독자가 좋으면 사서 읽고,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고 했다. ‘강안남자’가 선정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신문은 독자가 기호에 따라 골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정적이긴 하지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논설위원들의 칼럼에서는 나아가, 독자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는 ‘위험한 변호’로 치닫는다.

“신문에 대한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지 정권이 나서서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빌트처럼 1면에 여성의 누드 사진을 싣는 신문이라도 독자가 좋으면 사서 읽고,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중앙일보 시론, 유재식 논설위원)

작가 이원호는 한국의 로렌스, <강안남자>는 <채털레이부인의 연인>?

하지만 작가 이원호를 D.H. 로렌스로 <강안남자>를 <채털레이 부인의 연인>처럼 여겨, 그 작품성과 표현 자유를 수호하려고 하는 일부 언론들의 태도는 우리 사회에서 포용하기 지극히 위험스러워 보인다. 이번 ‘강안남자’ 논란을 다룬 기사 댓글에서 일부 독자들은 “왜 하필 문화일보에 대해서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반문했다. “마광수의 소설도, 이현세의 ‘천국의신화’도,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때’ 등도 있지 않았느냐”고. 작가의 표현자유는 존중되어야 하고, 독자의 선택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누리꾼 일부가 펼친 주장과 유사한 내용이 조중동 신문에서 ‘시론’과 ‘칼럼’의 모양을 띠고 유사하게 주장되었다.

이 논리가 두 가지 차원에서 위험해 보인다. <강안남자>가 마광수, 이현세, 장정일의 작품들에 견줄 만큼, 문학적 가치와 작가정신의 산물인가 하는 것이 하나이다. 또 하나는 독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니 일간신문에 무엇을 싣더라도 간섭할 것이 못된다는 논리다. 미국 포르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는 법정투쟁을 통해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강안남자>의 작가 스스로 “재미 위주로 쓰기로 한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고 5년 넘게 성애 묘사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다 정청래 의원의 문제제기 이후 4주째 ‘특유의 묘사력’을 잃어버린 소설을 두고 ‘작품성’을 따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작 위험한 것은, “좋으면 사서 읽고,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라는 유의 <동아> <중앙> 논설위원들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TV 프로그램 시청연령 표시제’나 ‘영화 등급제’ 같은 현실을 끌어안고 갈 수 있을 것인가. 이동통신회사들도 ‘야설’을 서비스하지 않기로 한 세상에서, 온 가족이 돌려보는 신문소설은 ‘야설’에 버금가는 것이 실려도 문제없다면 어찌 될 것인가.

이들 신문사들은 평소에도 신문이 좋은 일상적 교육자료라며 신문활용교육(NIE)을 강조해오기도 했다. 그동안 청소년들도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것을 잊은 것일까.

황호택 논설위원의 칼럼에 댓글을 단 다음의 '산들바람'은 “그게 온 국민이 보는 일간 신문에 연재될 내용인지. 중고생 아이들 걱정되서 문화일보 끊은지 1년 됐는데, 아직도 그 소설이 연재되고 있다니...”라며 황 위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민언련 “문화일보 ‘청소년유해’ 인정해 비닐포장 판매해야”

국가청소년위원회 매체환경팀 쪽은 “신문은 독자가 판단하는 것이지만, 신문 독자인 청소년에게도 선정적인 소설을 읽게 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라며 “청소년 보호에 가치를 두고 종합일간지도 유해매체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언경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의 모니터부장은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정치·경제 기사나 논평이 아닌 연재소설의 음란성을 지적하는 것을 두고 언론자유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강안남자’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점을 <문화일보>가 인정한다면 포장을 해서 판매를 하든지 ‘19살 이상’이라고 표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이달 15일께 ‘종합일간지의 음란성 컨텐츠를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국정감사 기간 내내 ‘강안남자’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했던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도 문제의 본질이 ‘청소년 보호에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 의원은 “종합일간지라도 누가봐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면 ‘유해매체’로 판정해 19살 이상만 보도록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우룡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강안남자’는 음란물이며, 초등학생부터 읽는 일간지에 이런 소설을 연재하는 것은 이름과 달라 ‘반문화적’”이라고 못박았다. 그렇지만 종합일간지를 유해매체로 판정할 수 있도록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에는 강하게 반대했다. 김 교수는 “종합일간지를 유해매체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언론현상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한 것일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폭언”이라며 “신문 연재소설 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와 공중파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음란성 문제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정청래 의원 “문광부에 문화일보 등록취소 강력히 요구할 것”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홍보처에 대한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한 일간지에 난 자신의 사진과 관련, 사진이 오도됐다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과 전화인터뷰한 내용이다. 정 의원은 7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에서 “‘강안남자’의 음란성을 두고 신문윤리위원회는 강력한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관광부에 이 신문의 등록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문화일보>를 무더기로 끊은 뒤 ‘강안남자’를 둘러싼 논쟁이 ‘언론탄압’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문화일보>의 주장대로 신문은 독자들가 판단한다. 그렇다면 청와대도 독자고 국정홍보처도 독자다. 청와대가 민망해서 <문화일보>는 더 이상 못보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의 판단만을 강조한다면,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왜 ‘19살 이상 관람가’라고 미리 판단을 해 주겠는가. 신문 구독을 중단한 것을 두고 ‘신종 언론탄압’이라고 얘기한다면, 이는 공익적 지면을 활용해 독자를 탄압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번 조처로 오히려 논쟁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것 아닌가.

=언론의 선정성이 청소년의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데는 다 동의한다. 이 문제가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목표한 바가 아니지만, 청와대의 판단은 내가 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강안남자’는 직장인들이 주로 읽으며 중년 남성들을 대리만족시 준다는 주장도 있는데.

=신문은 누구나 다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쓰는 작가나 <문화일보> 사장, 기자들이 ‘강안남자’가 실려있는 자사 제품을 집에 가져가서 방안에 놓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의 자녀나 조카들이 ‘강안남자’를 보고 있다면 선택해서 읽는 것이라고 만류하지 않는지 자문자답을 해야한다.

-일부 신문에서 연재소설뿐만 아니라 인터넷 동영상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들에 먼저 신경을 써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라고 얘기하면서 일간종합신문에서 그것을 조장하고 있다. 다른 인터넷사이트를 이야기하는데 순서는 그것을 비판하고 있는 언론부터 자기의 흠을 먼저 정화를 해야 한다. 스포츠지 인터넷판에 보면 포르노물로 장사하면서 동시에 이를 비판한다. 다른 일간신문도 모든 포르노성 기사나 포르노물 운영을 삭제해 자기 흠부터 없애야 한다. 그 다음에 언론이 유해성에 물들어가고 있는 인터넷을 정화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문화일보>에 ‘강안남자’ 연재가 시작된 것은 5년이나 됐다. 왜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나.

-그 부분은 국민들에게 미안한 면이 있다. <문화일보>에서 그런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지 몰랐다. 국감 한 달 전쯤에 들어서 알게 됐다. 그것을 2004년에 알았다면 그때 그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문광위 의원들도 소설의 내용이 그렇게 심각한 줄 잘 몰라서 신문윤리위원회의 경고내용을 복사해서 돌렸다.

-국감에서 지적을 받은 뒤 ‘강안남자’가 표현수위를 많이 낮췄는데 이렇게 계속 연재가 되는 건 어떻게 보나.

=성인잡지에 싣기도 민망한 소설을 신문지면에 연재해서 부수경쟁을 벌이는 치졸한 작전을 쓰는 것이다. 음란한 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던 소설이 더 이상 그런 표현을 하지 못한다면 계속 연재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싶다. 연재를 계속 할지는 작가나 <문화일보>의 의지에 달려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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