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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6층에서 열린 한국방송 사장 선정을 위한 이사회의 면접을 마친 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회의실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방송 노조 조합원 20여명이 정 전 사장의 회의실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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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정국까지 험로 예상
KBS 이사회가 9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기로 함에 따라 6월30일 정 전 사장의 임기 만료 후 다섯 달 가까이 혼란이 계속됐던 KBS 사장 선임 문제가 일단락됐다. 정 사장 후보는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거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대통령에 의해 KBS 사장으로 최종 임명된다. 하지만 이사회의 사장 후보 선임 과정에 반발해 한나라당이 추천한 방석호ㆍ추광영ㆍ이춘호 이사가 모두 이사직 사퇴를 선언하고 정 사장 후보의 연임을 극력 반대하는 KBS 노조와 야당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정 사장 후보가 KBS 사장으로 공식 임명된다 하더라도 정상적 업무를 수행하기까지는 당분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장 KBS 노조는 정 사장 후보가 임명제청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정 사장 후보를 임명할 경우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한편 법적 대응에도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의 대변인인 김현주 광운대 교수도 "완벽한 각본에 따라 이사회가 거수기 노릇을 한 것이며 대가오는 대선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KBS 사장의 공백 상태가 끝났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며 차기 사장이 지금부터 KBS 내부 문제를 어떻게 추스르는가가 관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사장 연임 놓고 5개월 가까이 '진통' = 정 전 사장이 KBS 사장으로 임명제청되는 과정은 KBS 안팎을 둘러싼 진통의 연속이었다. KBS 노조는 '정 전 사장 연임 반대'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제도화' 등을 요구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왔다. 어렵사리 사추위가 구성돼 이를 통한 후보 추천을 시도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무산됐다. 6월30일 정 전 사장의 임기 만료 후 사장 선임 절차가 순조롭게 시작되지 못한 것은 KBS 사장에 대한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는 이사진의 임기가 6월22일 만료된 후 곧바로 후임이 선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는 KBS 이사 추천권을 지닌 방송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해 새 방송위원의 선임이 늦어진 게 원인이다. 결국 신임 이사는 9월4일에야 새로 임명돼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KBS 이사진이 새롭게 꾸려진 후에는 노조가 주장한 사추위 제도화 문제를 둘러싸고 시간이 흘러갔다. KBS 사장 선임에 국민공모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사회는 사추위를 도입하기로 결의했으나 구성방식과 추천 후보 숫자 등을 놓고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노조는 "실질적인 사추위 구성"을 요구하며 단식과 본사 송신 안테나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으며 파업 직전까지 치닫기도 했다. 사추위원 한 명이 사퇴하는 등 진통을 겪은 끝에 7일로 예정됐던 사추위의 사장응모자 면접 일정마저 불발됐다. 결국 사추위의 활동은 무산돼 이사회가 사추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사장 후보를 뽑게 됐다. 9일 사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도 진통은 이어졌다. 5차례나 거듭된 투표 끝에 정연주, 김인규 등 2명의 최종 후보를 대상으로 한 마지막 투표에서 정 후보가 재적 과반수(6명)의 표를 얻어 사장 후보로 최종 선임됐지만 이사회 직후 방석호ㆍ추광영ㆍ이춘호 이사가 선임 과정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며 이사직 사퇴를 선언해 또다른 정치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내년 대선 정국까지 험로 예상 = 야당과 일부 언론 등이 극력 반대했던 정 전 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정 사장이 이끄는 KBS호(號)에는 내년 대선 정국 때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사실 방송가 주변에서는 정 전 사장이 차기 KBS 사장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상태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내년 대선을 앞둔 청와대가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 전 사장을 연임시키기 위해 이사진 구성 등에 다양한 영향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노조 등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사회의 법적 권한에 따라 이날 임명 제청이 이뤄졌지만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한동안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현 노조는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날 예정이기는 하지만 남은 임기 동안 정 전 사장의 연임 관련해 막판 투쟁을 강력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정치권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연주 KBS 사장의 연임 기도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는 등 정 전 사장의 연임에 강력히 반대해 온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가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결과적으로 어렵게 마련한 사추위를 거치지 않고 사장 후보를 뽑았기 때문에 '밀어붙이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이사직 사퇴를 선언한 방석호ㆍ추광영ㆍ이춘호 세 이사는 "이사회가 후보 선임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성한 사추위를 결과적으로 무산시키고 사전 내정설이 파다했던 정 전 사장을 후보로 임명제청했다"며 강력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노조와 한나라당 등은 정 사장이 이른바 '코드 방송'으로 편파방송을 해왔으며 경영적 측면에서도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 등에서는 사추위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선임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KBS 안팎에서 정 사장이 시청률 상승, 팀제 개편을 통한 자율성 강화, 지방국 통폐합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KBS 산적한 경영현안ㆍ노사갈등 숙제로 = 정 사장 후보는 차기 KBS 사장에 취임하게 되면 그동안 미뤄졌던 경영 현안을 차례대로 처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가을 개편 작업 마무리와 대규모 인사를 통해 '제2기 정연주 체제'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디지털 전환 문제와 수신료 인상 등 KBS가 안고 있는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팀제 개편으로 인해 불거진 조직 내 문제점과 노조와의 대립 구도 해결 등도 정 전 사장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정 열 김영현 기자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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