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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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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권하는 ‘친절한’ 사회 나라가 온통 아파트 값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말할 수 있는 언론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부를 공격합니다. 얼마 전 바다이야기 사건 때문에 ‘도박왕국’이라고 몰아붙이던 힘으로 ‘부동산 왕국’이라며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날립니다. 공격의 타이틀도 다양하여 “아파트가 미쳤다”, “아파트는 시한폭탄이다. 치솟는 아파트 못 사서 불안하고, 보유자는 집값 내려갈까 불안하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괜히 불안하게 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게 사실입니다. 살 계획도 없는 아파트 단지들을 쳐다보고 다니느라 목도 아프고, 인터넷 부동산 정보를 찾아 이것저것 읽어 보느라 엄한 시간만 낭비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참담해지지요. 부동산 관련 기사가 1면부터 4면까지를 번갈아 가면서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런 어지러운 가운데 나는 연일 친절한(?) 안내 전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전화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꼭 바쁠 때 걸려 오지요. 전화의 내용인즉 “고객님, 저희는 ○○ 대출창구 직원입니다. 담보 대출이 필요하시면 직접 방문해 조치하여 드립니다.필요하시지 않으십니까?” 재차 확인까지 한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오래 전에 처음으로 대출을 받으려고 주택을 담보로 일천만원을 신청했을 때 높았던 문턱을 생각하면 세상 참 많이 변했습니다.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돈 빌려 준다는 이 말은 과연 친절일까요? 내가 그 은행을 주 거래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불쾌해졌습니다. ‘어디 이 은행만 그런 친절을 베풀고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미치니, 정부의 정책들이 하나같이 눈속임에 급급하여 이런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나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지난 5·6공화국 시절에는 선거 때가 되면 밤을 꼬박 새워가면 선거결과를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부터는 선거의 ‘ㅅ’자에도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지 10년이 지났는데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코 옳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못한 것을 지켜보다 실망이 커졌습니다. 빈번하게 걸려오는 각종 광고, 정보안내 등, 불쑥 돈 빌려 준다는 전화는 그래도 견딜 만합니다. 왜냐면,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내가 빌리지 않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나라 일을 할 일꾼을 뽑는 일이야 어디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한 번 잘못 뽑으면, 가만히 있는다고해서 아무 일이 안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요. 요즘은 그저 시끌시끌한 세상인 만큼 마음이 불안합니다. 마치 갚을 능력 없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불쑥 돈 빌려 준다고 약 올리는 일과 비교해 보아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지요. 세금이 올랐다, 물가가 올랐다, 각종요금이 인상됐다 해서 돈 내어 놓으라 하기는 매 한가지 입니다. 친절하게 돈 빌려 준다는 전화나, 툭하면 바꾸어 대는 정책을 보면 하나같이 없는 사람에겐 약오를 일일뿐입니다. <정부, 새 도시 분양 값 20~30% 인하>, <주택마련 계획 세울 수 없어 울화통>, <송파.검단.파주 조기분양>, <용적률 분당수준 올리고 비투기 지역도 대출 죈다> 등 등. 돌아가는 상황이 이러하니 눈치 빠른 은행들 잇속이야 어디 손 놓고 있을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창구지도 들어가기 전에 돈 빌려 줄 테니 아파트 서둘러 사든지, 아파트 살 돈 미리 마련해 놓으란 말이겠지요. 옳은 말입니다. 친절한 배려입니다. 그러나 이자는? 이자는 어떻게 갚아야 하나요? 김순희 ym2207@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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