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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7 13:10 수정 : 2006.11.27 13:10

한겨레주주 이영권씨

[하니바람] 펜션 운영하는 한겨레주주 이영권씨

“뭐든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어요. 군대갔다 와서 복학생이 돼서야 학내 집회도 나가봤고, 남들이 서울가서 터 잡고 있을때 고향 땅 제주에 내려왔고, 계획에 없던 펜션 운영에다가 3권의 책 출간. 뭐 하나 계획잡아 준비한 것 없이 그때그때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막차인생이라고나 할까요?”

스스로를 ‘막차인생’이라고 부르는 이영권(42)주주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토박이 입니다. 대학 진학으로 서울에서 10년을 외도(?) 했지만 이내 그 생활을 접고 지난 1995년, 고향 제주로 내려왔습니다.

아무렇게나 쓱 쓸어 넘긴 장발머리는 턱에서부터 한 뼘 정도 키가 훌쩍 커있는 턱수염과 사이좋게 짝을 이뤘습니다. 거기다 단색 생활한복을 입고 뒷짐을 진 채, 긴 다리로 성큼 성큼 걸어가는 모습은 영 심상치가 않아 ‘도인’ 아니면 ‘시인’, 혹은 그림을 그리는 ‘화백’처럼 보입니다.

이영권씨가 운영하는 ‘바다를 본 사람은’ 펜션

이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그는 “머리와 수염은 그저 귀찮아서 자르지 않았을 뿐”라며 너털웃음을 짓습니다.

그는 그 흔한 휴대전화 하나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연락을 하려는 지인들은 매번 애가 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천연덕스럽게 답합니다.

“휴대전화가 없으니 나를 좀 더 돌보게 되고 약속 하나 정하는 데도 신중해지기 때문에 너무 좋아요”

현재 고등학교 역사교사인 그는 사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답니다.

그는 제주로 돌아 온 후 줄곧 ‘4.3연구소’에서 활동했습니다. 씻을 수 없는 제주의 아픔, ‘4.3사건’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많았고 잘못된 제주의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책 3권을 썼습니다.

가장 먼저 쓴 책은 한겨레신문사에서 출판한 ‘제주역사기행’(2004년)이라는 책입니다. 이 밖에도 ‘새로 쓰는 제주사’(2005년), ‘왜곡과 미화를 넘어 제주역사 다시보기’(2006년)라는 책도 있으니 제주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참고서가 될 것입니다. 그의 남다른 제주 사랑은 그의 인터넷홈페이지 이영권의 제주역사 이야기(http://www.jejuhistory.com)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이일 저일 몸이 열개여도 바쁜 그는 귀농학교에서 만나 인연이 된 농부 ‘오영덕’씨와 함께 예쁜 펜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1시간가량 차를 몰고 가다보면 한경면 판포리라는 조용한 마을에 ‘바다를 본 사람은’이라는 이름의 펜션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입구에서부터 맹자의 한 구절 ‘觀於海者 難爲水(관어해자난위수: 바다를 본 사람은 물에 대해 말하기 어려워한다)’를 재해석한 신영복 선생의 글귀가 담긴 간판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창 너머로 살아 움직이는 제주바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갓 잡은 생선이 그 생명을 놓지 않으려고 팔딱팔딱 몸부림 치 듯, 창 밖에 펼쳐진 제주바다 역시 날 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주주 이영권씨

때때로 이 곳에서는 밤바다를 배경으로 스크린을 펼쳐놓고 강연이 펼쳐지기도 해 민박뿐만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수련회 장소로도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다지 경영 상태는 좋지 않지만 그는 "자본 너머의 가치로 운영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 이영권 주주는 펜션을 찾는 손님들과 함께 앞 바닷가에서 소라와 고동을 잡아다 삶아먹고 밤새도록 수다를 떠는 날도 많습니다.

“한겨레 주주·독자님들이 찾아오시면 비수기 때는 반값에 모시겠습니다. 단, 성수기 때는 피해주세요. 그래도 오신다면 30% 정도는 거뜬히 깎아드려야죠.”

한겨레 식구라면 언제든지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할거라는 그는 “시대가 바뀌었다며 얄팍하게 자본과 명예를 쫓아 하나 둘 떠나는 사람을 보며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주주·독자님들 같은 선한 분들이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에 기운을 얻습니다. 모든 분들이 절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 겨울 휴가철에는 ‘바다를 본 사람은’에서 가족들과 함께 제주바다의 낭만에 흠뻑 빠져 보는 것은 어떠세요?

그가 운영하고 있는 펜션, ‘바다를 본 사람은’은 홈페이지(http://www.badabon.com)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고 전화는 064)722-5509입니다. 영원한 동지라는 그의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덕연(7), 정연(4) 두 공주님도 만나보세요.

김정미 movie_in@naver.com/<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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