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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7 13:15 수정 : 2006.11.27 13:21

[하니바람] 홀씨통신

빈병팔아 부자된 사람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없다면 기대해도 좋습니다. 조만간 독일에서 빈병팔아 부자된 사람의 얘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사민당 녹색당 연합의 지난 독일 정권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빈병 돌려주기 정책은 초기에는 그 번거러움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을 샀지만 빈병 환불 방법이 훨씬 손쉬워진 지금은 별탈없이 순조롭게 항해중이랍니다. 수퍼마켓마다 무인 빈병수거기를 설치해 한 병이건 한 상자건 상관없이 손쉽게 환불받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독일에선 유리로 된 음료수병이나 맥주병은 예전부터 환불받을 수 있었지만 ‘빈병 돌려주기’는 이런 유리병 뿐만 아니라 PET병과 캔에까지 확대 되었습니다.

수퍼마켓에 설치된 빈병 수거방과 빈병 자동환수기. 빈병을 넣으면 영수증이 나오고, 이것을 수퍼마켓에서 환불 받습니다.
빈병을 수퍼에 돌려주면 유리병은 15센트(200원선), PET병과 캔은 25센트(300원선)를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남이 버리고 간 빈병을 보면 누구나 ‘어, 저기 300원이 굴러다니네?’ 하고 주울까 말까 망설이니 이곳에서 ‘빈병’은 쓰레기가 아니라 돈인 것입니다.

‘빈병 돌려주기’정책이 실시된 후 새로운 직업군도 나타났는데, 병을 줍기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빈병을 주워서 파는 일은 세금높은 독일에선 드물게 세금을 떼지 않는 쏠쏠한 부업거리입니다.

2006 독일월드컵으로 열기로 더 뜨거웠던 지난 여름, 함부르크에 살고 있는 저는 토고전을 응원하기 위해 시내에 갔다가 빈병줍기 부업에 나선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밤새 이어지는 거리응원, 축제로 어느때보다 빈병이 많이 길에 버려져 있다보니 마트용 카트, 손수레 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동원해 물만난 고기마냥 빈병줍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월드컵 특수는 FIFA가 아니라 이들이 누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축구경기를 중계하는 대형 전광판을 보며 열광하는 동안 가족의 생계를 위해 빈병줍기에 나선 사람들, 축구가 세금 안내는 직장을 만들어주니 이들은 축구팬들보다 더한 축구팬이 됩니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입니다. 한국 상황을 전혀 모르는 독일인 남편은 우리가 마신 음료수병, 맥주병을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아파트 안에서 굴러다니는 병을 모두 주워 모아 자루에 가득 병을 담아 들고 맥주로 바꿔온다며 수퍼마켓으로 향했지요. 그 뒷모습을 보고 "병 하나에 30원 받는데... 엿이면 모를까 맥주는 좀 어려울텐데.” 하려다 말았습니다. 수퍼에 다녀 온 남편은 "맥주는 커녕 새우깡 한 봉지 겨우 샀다"며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그 병값이면 독일에선 둘이서 먹을 만큼 삼겹살을 살 수 있으니까요.

70, 80년대 우리나라도 경제발전기엔 페품과 빈병 모아 오는 운동이 꽤 잘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빈병을 모으는 사람도, 수집된 병을 제값을 쳐서 보상해주는 곳도 별로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빈병값이 싸면 자연히 빈병 회수율이 낮아집니다.

그러니 공중전화기 위에는 콜라캔이나 생수병이 놓여있기가 일쑤고 길거리에는 빈병이 굴러다니기 일쑤입니다. 길가다가 유리조각에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나면 화내지 말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빈병값을 올려서 자원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하자!’라구요.

이은지 eunjiyaa@yahoo.co.kr/<하니바람> 독일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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