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7 13:31
수정 : 2006.11.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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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한겨레가족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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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바람] 청주한겨레가족모임 역사기행
“우르르 꽝!”
새벽녘, 유리창에 번개가 스미는가 싶더니 천둥이 울립니다. 오늘(11일 토요일)은 부여로 역시기행을 떠나는 날. 날씨 때문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침 9시, 바닥을 적시던 비가 그쳤습니다. 청주 실내체육관 앞에서 한겨레 가족 청주모임 연규민회장을 만나 사회복지법인 ‘아름마을’에서 제공한 노란버스에 올랐습니다. 그곳엔 아름마을의 지체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한빛교실, 영운동 청남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해설을 맡아주실 하권호(시인)님 등 모두 38명이 함께 했습니다. 역사문화기행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청주한겨레가족모임’에서 주최가 되어 어른과 아이들이 어울려 우리 역사를 배우는 유익한 시간입니다. 부여에 도착하자 파란하늘과 만추의 단풍은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부소산성으로 들어가는 아이들 머리위로 보석처럼 햇살이 반짝였습니다.
“3천궁녀가 정말 여기에서 빠진 거예요?”
아이들은 아무리 봐도 그 곳에 삼천궁녀가 빠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입니다. 3천이란 숫자는 그 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하니, 백제의 흥망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한모금 마실 때마다 삼년씩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고란약수, 약수는 먹고 갈 수는 있어도 떠 가지 못합니다. 점심을 앞두고 한참 움직였던 아이들은 손잡이가 길다란 국자로 한여름 냉수를 먹듯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백제가 신라와 싸우며 최후의 저항선이었던 부소산성을 나오면서 아이들은 ‘점심은 언제 먹어요?’, ‘배고파요!’라며 아우성이었습니다. 낮 12시 30분, 쌈밥으로 맛나게 밥을 먹고 우리는 곧바로 정림사지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정림사지 5층석탑은 통일신라 이전의 것으로 통일신라 이후의 것과 비교하면 밋밋하고 단순합니다. 요즘말로 하자면 화장을 안 한 ‘생얼’이라고나 할까요, 탑은 소박하고 자연미가 느껴졌습니다. 궁남지에 오자 아이들은 이파리와 연밥만 남은 너른 연못에 환호하며 춘향이가 탔음직한 그네를 타고 깔깔대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신동엽’ 이란 이름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신동엽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 사람이에요?”
역사 속으로 풍덩!~ 다섯번째
백제 역사 살아 숨쉬는 부여로
책으로 아는 것과 ‘천지차이’
“아니, 이름은 같은데 이 분은 ‘껍데기는 가라’라는 유명한 시를 쓴 시인이야.”
아이들은 ‘껍데기’ 라는 말에 재미있어 했습니다. 현호(초등 2년)는 돼지고기에 붙은 껍데기를 먹다가 신동엽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고 해서 다같이 웃기도 했습니다. 신동엽 시인의 생가에서 김경애(사회복지사) 선생님의 ‘껍데기는 가라’의 낭독을 듣고 ‘은산면 별신제’로 가는 길에는 익살스럽게 생긴 장승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은산별신제 보존회장의 송병일 씨는 별신제가 마을사람들 스스로 함께 놀이문화를 만들어 가는 대동굿이지만, 점점 개인화 되는 요즘 세대를 아쉬워했습니다.
저녁 밥을 먹고 청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여섯 번째가 될 다음 역사문화기행을 궁금해 했습니다. 노정미(초등 4년) 어린이는 책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차이를 느꼈다며, 역사책을 앞으로 많이 읽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비와 바람으로 곤두박질치던 새벽날씨와 달리 여행에 꼭 맞춰진 맑고 푸른 날. 아이들에겐 다소 빡빡한 일정이었을 역사기행이었지만, 하룻동안 백제 시대에 푹 젖어 있다 현실로 돌아온 것 같은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입니다.
한미숙
enikesa@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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