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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6 20:10 수정 : 2006.12.06 20:10

성한표/전 <한겨레〉논설주간

미디어전망대

남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하자 이른바 ‘차베스 식 사회주의’가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재정을 빈곤층을 위해 쏟아 붇는 보건복지정책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이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일부 신문들은 고질적인 반 복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차베스의 복지정책이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난 5일치 신문 논조가 그렇다. <중앙일보>는 “유가가 하락할 경우 석유를 기반으로 한 그의 포퓰리즘 정치도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차베스의 ‘퍼주기’ 정책과 독재화에 참다 못한 중산층은 뒤늦게 야권 단일 후보로 맞섰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포퓰리즘 대신 ‘퍼주기’라는 말을 썼지만, 같은 날 나온 <주간조선>은 차베스가 남미 포퓰리즘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했다면서, 1920~1960년대 남미에서 풍미했던 포퓰리즘이 21세기 초 다시 위력을 떨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간조선은 민족주의와 결합된 친 노동정책과 분배중시의 정책기조가 남미 포퓰리즘의 주요 특징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차베스의 보건복지정책을 퍼주기나 퓰리즘의 전형이라고 규정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은 1891년 미국에서 결성된 포퓰리스트 당(Populist Party)의 이름에서 따 온 용어다. 포퓰리스트 당은 민주당 공화당 등 양대 정당에 대항하기 위해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목표로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과격한 정책을 내세웠다.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민층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던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가 있다. 포퓰리즘은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페론주의 때문에 주저앉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색깔논쟁과 함께 정적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무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정치집단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쟁취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대중적인 지지를 추구하는 것은 민주정치에서 당연하다. 그러면 대중적인 지지를 추구한다는 것과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책의 합리성과 실현성 여부에 달려 있다. 일부 신문의 주장처럼 분배와 복지에 치중하는 정책 자체를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할 일은 아니다.

국가 재정수입의 50%, 총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석유산업, 특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고유가의 절대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차베스의 경제적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석유산업의 과실을 기득권층이 독점하고, 절대 다수의 서민들은 빈곤층을 벗어나지 못하던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가 이 과실을 빈곤층에 분배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가 기득권층의 총파업 저항까지 무릅쓰고,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이후부터이다. 차베스는 또 유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을 세워 토지개혁까지 단행했다.

신문들은 차베스의 경제적 성공이 가져 온 영구집권의 야망, 석유산업에만 매달리는 경제구조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차베스와 그 다음 세대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전하는 신문은 차베스의 성공을 포퓰리즘이라고 폄하할 것이 아니라 석유산업 개혁과 토지개혁을 통해 국부의 향유에 서민대중도 참여시킨 그의 결단에 눈을 돌려야 한다.


성한표/전 <한겨레〉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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