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 선생 후손과 추진위 간 상표권 마찰
리영희씨 수상 거절…신씨 가처분신청 기각
‘단재’ 상표권을 둘러싼 마찰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언론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해 제정된 단재 언론상이 12일로 예정된 시상식을 치르지 못한 채 무산위기에 놓였다.
단재 문화예술제전추진위원회(위원장 손홍렬 청주대 교수)는 리영희(77) 전 한양대 교수를 첫 수상자로 뽑았으나, 리 전 교수가 단재 상품권 문제로 법정다툼을 벌이는 것 등을 이유로 수상을 거절해 이날 시상식이 취소됐다.
단재언론상추진위원장 박정규 교수(한남대 언론정보학부)는 “리 전 교수가 11일 ‘단재언론상이 단체들간 법정 소송까지 벌이는 추악한 이면의 실상을 알게 됐고 애당초 그런 상의 수상을 고사했던 입장에서 소송의 향방과 귀결의 여하를 불문하고 수상을 거절한다’는 글을 보내 시상식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단재 선생의 뜻을 기리려고 제정한 언론상으로 물의를 빚어 리 선생과 모든 분들께 사죄하고, 위원장직을 사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단재 언론상에 제동이 걸린 것은 단재 유족인 신종수(46·학원경영)씨가 특허청에 낸 ‘단재’ ‘DANJAE’ ‘丹齋’ 등 단재 관련 상표 등록이 10월31일자로 결정된 것을 근거로 지난 4일 청주지법에 ‘특허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박 교수 등이 유족과 아무런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단재 언론상 제정을 추진해 경고장을 보내고 전화 등으로 수차례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외면해 법적 보호를 받으려고 소송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단재 언론상은 단재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고 11회를 맞은 단재 제전 또한 비영리적인 것만큼 특허권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며 “추진위 쪽과 상의해 특허청에 ‘권리범위 확인심판’ 등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씨는 “단재 선생 관련 어지러운 단체, 행사 등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뜻있는 단체나 모임 등이 통합 단체를 꾸려 단재 선생의 본뜻을 기리는 행사 등은 아무런 대가 없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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