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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50)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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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부터 참교육실천에 힘 보태
승객 걱정거리에 ‘얼쑤’ 장단
마음 맞으면 토론으로 밤새요
개인택시 기사 이강윤 주주
“택시 기사도 모르는 길 있다고요.”
후리후리한 체격에 갸름한 얼굴선. 이강윤(50) 주주는 얼핏 보기에도 전혀 택시기사 스타일이 아닙니다.
강원도 태생인 그가 18년 가까이 한겨레와 연을 맺게 된 데는 섬세하면서 타협하지 않는 면모가 작용한 듯도 합니다.
워낙 자녀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터라 서른 살,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참교육학부모회에 가입하여 16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중학교에서는 4년간 학교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학벌·학력 위주로 치닫는 교육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 왔다고 합니다. 승객으로 만난, 참교육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교사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들이 운영하는 책방으로 노래마을 테이프며 친환경세제, 윷가락 등의 물품을 하나둘씩 실어 나르는 사이 어느덧 후원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그의 개인택시에 동승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배기량 2700㏄의 차체가 뿜어내는 육중함과는 달리 차 안 한쪽엔 메모지와 종이 뭉치로 된 서류철이 있습니다. 달리는 사무실이라 해야 될까요? 회사원, 노동자, 교사, 주부, 경찰 등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을 응접한다고 하니 차라리 사랑방입니다. 승객들과 자녀 이야기, 나라 이야기, 먹고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며 조언과 해법도 같이 고민하니 이 정도면 걱정도 팔자인 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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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바람> 리포터와 이강윤(50)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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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로서 할 말도 있답니다. 도심 대로에서 택시들이 주정차 위반을 하여 교통체증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오면 운전대를 잡은 당사자로서 낯뜨겁지만 할말이 있답니다. “택시 승차대가 지하철 연계 버스정류장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요. 버스전용차로에 택시도 통행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이미 영국, 프랑스, 호주, 싱가포르 등 많은 나라에서 시행 중인 제도이지요.” 조그만 공간이지만 수많은 손님이 타고 내리는 만큼 풍부한 얘깃거리가 있는 공간입니다. 마당극에서 ‘얼쑤’ 하며 추임새 넣어줄 때 더 흥이 나는 것처럼 승객의 한탄과 고민, 노여움까지도 운전기사의 장단 한마디면 승객은 신명납니다. 가끔 한겨레 가족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남자 승객이 주간지 <한겨레21>을 보고 있어 얼마나 반갑던지, 조금 가다 여자 승객이 합승했는데(늦은 밤이라 양해를 구해) 그 승객 또한 한겨레신문을 들고 타는 바람에 얼마 못 가 토론장이 돼버린 택시 안, 누가 말리겠습니까. 달리는 한겨렙니다. 후끈 달아올라 집에 가다 말고 중간에 내린 세 사람입니다. 포장마차에서 새벽까지 우동국물 나눠 마시며 날밤을 샜답니다. 희뿌옇게 동트는 아침이 돼서야 떠오르는 아내 얼굴에 후딱 제정신이 들었고요. 밤 12시부터 새벽 6시가 되도록 공쳤으니 “내가 지난밤에 뭔 일 한 거야?” 생각했답니다. 교육운동에 관심을 갖고 학교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맹렬히 살아왔지만 19년간 시부모 잘 모시고 뒷바라지하며 살아준 아내(박병희·46)와 학원 한 번 보내지 않았는데 잘 자라 얼마 전 대학병원 간호사로 합격한 큰딸에겐 미안함이 앞섭니다. 제주에서 펜션 운영하는 주주·독자, 중고차를 파는 ‘김시창 닷컴’ 등 훌륭한 독자들의 기사를 읽는 동안 가슴 뭉클한 동지애를 느꼈던 그이고 보면 비록 지면을 통한 간접적 만남이지만 이번 기회에 선뜻 제안을 했습니다. 한겨레 주주독자에게 10% 택시요금 할인! 또 하나, 밤중 택시타기 어려울 땐 언제고 이터(둘째딸·18) 아빠께 전화 주시면 바로 달려가시겠다고요.(017-266-8773) 아 참, 소중한 부분을 빠뜨릴 뻔했습니다. 그가 사는 아파트 현관 앞에 놓인 바구니 속에 새벽이면 누군가 와서 따끈한 알을 낳고 간다네요. 품으면 가슴 따뜻해지는 갓 낳은 알, 바로 한겨레신문이란 ‘알’이지요. 박분 parkbun58@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사진 김윤섭 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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