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7 17:46
수정 : 2006.12.27 18:57
구조조정 끝에 중학동 사옥 1200억에 매각
새해 남대문 한진 빌딩 임대해 ‘둥지’
1970~80년대 한국 언론계 상징물 가운데 하나였던 서울 경복궁 앞 중학동 14번지 한국일보사 사옥이 내년 초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일보사 본사는 40여년의 중학동 시대를 접고 서울 남대문로의 한 임대빌딩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는 지난 18일 종로구청이 지금의 사옥터 5420㎡에 2010년께까지 지상 17층, 지하 7층짜리 대형 빌딩을 짓는 재개발 사업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90년대 이후 경영난을 겪어온 한국일보사는 앞서 지난 9월 빚을 탕감하기 위해 사옥터를 1200억여원을 받는 조건으로 한일건설에 매각했다. 재개발 일정에 따라 한국일보사는 내년 2, 3월 중학동 사옥을 비워준 뒤 서울 명동 입구에 있는 남대문로 한진 빌딩으로 옮겨간다. 서울경제신문, 코리아타임스 등의 계열사들은 충무로 대원빌딩을 임대해 새 둥지를 틀게 된다. 영욕이 엇갈린 40여년의 중학동 시대가 이로써 일단 마감된다.
신정섭 한국일보 전략기획실장은 “다음 주께 (새 근무 공간에 대한) 임대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사옥터 매각 당시 중학동 신축건물에 2000평의 사옥 공간을 확보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수년 뒤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중학동 시대는 상처를 안은 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부터 한국일보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연말까지 인력을 200명 가까이 줄이는 제작관련 분사,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노사 대립이 빚어진 탓이다.
한국일보사에서는 지난 8월 임대호 전 위원장의 노조 집행부가 사쪽의 구조조정 작업에 동의한다고 서명하면서 노사, 노노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지난 9월 임 위원장은 노조원들한테서 탄핵당했으며, 그 뒤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이어 제작관련 노조원들은 사쪽의 제작 회사 분사 방침에 반발해 10월31일부터 회사쪽의 휴업지시와 분사 뒤 재입사 방침을 거부하고, 37일간 성남 인쇄공장에 남아 자체적으로 신문 제작을 계속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사쪽이 지난 1일 제작관련 조합원 45명을 정리해고한다고 통보하자 7일부터 한국일보 구내로 들어와 노조탄압 중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여왔다.
현재 내년 1월1일자 정리해고 대상자로 통지 받은 47명 가운데 27명은 명예퇴직서를 낸 상태다. 남은 20명은 복직 소송 등 법정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명예퇴직한 사람은 모두 193명으로 직원수는 600여명에서 400명선으로 줄었다.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노조는 장재구 한국일보사 회장을 지난 11월 불법증자 대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회사쪽도 지난 15일 성남 공장을 점거해 운영상 손해를 미쳤다며 노조원 임금을 가압류하는 소송을 낸 데 이어 징계를 준비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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