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유착 우려
조선일보 “개인 선택일 뿐”
올 연말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 진영이 전직 언론인들을 줄줄이 영입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홍보 조직 정비에 나서면서부터다. 특히 한나라당의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후보 진영에는 〈조선일보〉의 중견 간부 출신들이 두루 핵심 참모로 포진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은 안병훈(69) 전 조선일보 부사장을 좌장 격인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안씨는 1일부터 서울 여의도의 박 전 대표 사무실로 출근해 캠프의 정책·일정 조율 작업 등을 맡고 있다.
안씨는 1965년 조선일보 입사 이래 정치부장과 편집국장, 부사장을 지냈으며 지난해까지 방일영 문화재단 이사장이자 조선일보 주주(0.74%)였다. 70년대 유신정권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로 박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안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달여 동안 합류 요청에 고민하다 현 정권이 계속되어서는 안 되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신문사를 떠났고 조선일보 주식도 지난 연말 처분한 만큼 내 행보는 신문사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사심 없이 택한 숙명”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연홍 전 <중앙일보> 정치부장은 여의도 캠프 본진과 별개로, 서울 마포의 외곽조직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자원봉사 형식으로 박 전 대표를 돕고 있다. <한국방송> 뉴욕특파원을 지낸 김형태(55)씨도 박 전 대표를 자문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캠프에는 조선일보 독자부장 경제행정담당 부국장을 지낸 조용택(53)씨가 세밑에 언론특보로 합류했다. 그는 여의도 공보팀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홍보 기획과 어젠다 설정 등을 전담하고 있다. 이수원 공보특보는 “조씨가 손 후보에 우호적인 생각이 있었고, 이런 맥락에서 영입한 것으로 안다”며 “미디어 선거 시대 언론을 잘 아는 전문가의 역량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에는 <한국일보> 정치부장을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낸 신재민(49) 전 조선일보 출판국 부국장이 들어갔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상근 중인 그는 언론 분석 및 홍보기조를 총괄한다. 이 전 시장의 발언자료 초안 작성도 돕고 있다. 그는 〈한겨레〉 취재진이 참여동기를 묻자 “오래 전부터 이 전 시장과 친분이 있어 자의반 타의반 맡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고건 전 총리 캠프는 지난달 초 김용정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김국후 전 중앙일보 편집부국장, 김상도 전 중앙일보 문화부 차장 등이 참여하는 홍보기획단을 발족시켰으며 언론인 추가영입 계획도 밝힌 상태다.
언론인들의 잇따른 대선 캠프 참여는 정치권에서 새로운 일의 기회를 찾으려는 언론인들의 욕구와 미디어에 밝은 이들의 감각과 능력, 출신 언론사와의 ‘소통 이점’ 등을 고려한 예비 주자 진영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언론계 일각에서는 우려 어린 시선도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조)은 2일 안병훈씨의 거취와 관련한 논평에서 “권언유착의 불길한 전조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 기대는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조선일보사는 3일 경영기획실 이름의 해명자료를 통해 “조선일보 부사장을 지낸 안병훈씨가 최근 정치권에 참여한 것은 안씨 개인의 선택으로 조선일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조선일보는 조선일보에 몸담았던 어떤 인사가 조선일보를 떠나 어떤 활동을 하든 그에 전혀 영향받음 없이 조선일보의 독자적인 판단과 방침에 따라 신문 제작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노형석 황준범 조혜정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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