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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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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파업…사쪽, 전직 언론인 투입해 제작
지난 6월말 금창태 사장의 기사 무단 삭제로 편집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주간지 〈시사저널〉(서울문화사 발행)이 노사대립 끝에 파업 회오리에 휘말렸다. 8일부터 시중에 나온 〈시사저널〉 899호는 기자들 이름이 모두 빠진 채 발행됐다. “2012년 ‘부활’ 노리는 노무현의 속셈”을 커버스토리로 넣은 899호에는 〈중앙일보〉 〈일간스포츠〉 등 다른 신문 기자나 50~60대 편집위원 이름만 나온다. 편집권 보장을 요구하며 맞서온 이 잡지 노조가 연말 단체 협상이 결렬되자 5일부터 파업에 들어갔고, 기자들은 기사 출고를 거부했다. 이에 사쪽은 지난달 중순 〈중앙일보〉 등에서 일한 전직 언론인들로 비상근 편집위원 16명을 발령해 서울 한강로 서울문화사 사옥에 별도 편집실을 차리고 잡지를 만들었다. 언론사 간행물에서 소속 기자들이 모두 빠지고 외부 원고만으로 기사가 채워지는, 유례가 드문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사태가 여기에 이른 것은 지난해 6월19일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중앙일보 출신인 금 사장이 편집국장 동의 없이 뺀 뒤 불거진 노사간 편집권 공방이 수습되지 않은 탓이다. 사쪽은 기사 삭제에 반발해 사표를 낸 이윤삼 편집국장을 퇴직시키고, 같이 편집권 보장을 요구했던 취재총괄팀장, 사진팀장을 정직시키거나 판매국으로 전보시킨 데 이어 항의를 주도한 일부 기자들도 중징계했다. 이에 기자들은 8월 노조를 결성하고 편집권의 제도적 보장, 징계자 복귀 등을 내걸고 사쪽과 연말까지 단체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편집국장 임면 동의제와 중간평가 등 구체적인 기자 편집권 보장안을 둘러싸고 양쪽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현재 노조원들은 주 초에는 출근하고, 기사를 갈무리하는 목, 금요일 제작을 거부하는 게릴라식 파업을 진행중이다. 이에 사쪽에서는 노조에 공문을 보내 기사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11일 편집위원을 대체 투입해 잡지를 만든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는 등 더욱 각을 세우고 나섰다. 안철흥 노조 위원장은 “사쪽이 절차상의 유감 표명이나 징계자 복귀 등은 수용할 수 있으나 편집국장 임면 동의나 편집권 보장 문제는 인사문제로서 절대 논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이미 대체 편집위원들이 잡지 발행에 투입된 만큼 장기 대치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사쪽의 박경환 상무는 “본질적으로 기자들과 회사 사이의 내분”이라며 상황 설명을 피했다. 금 사장도 〈한겨레〉가 휴대폰 통화와 이메일 취재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22개 시민, 언론 단체가 지난 10월 결성한 〈시사저널〉 편집권 독립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다음주부터 노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중재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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