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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8 18:32 수정 : 2007.01.29 10:23

오른쪽부터 김태읍 한겨레 마케팅본부장, 이광재 판매국장, 우현제 마케팅실장, 이동구 CRM기획부장이 일본 나고야의 <주니치> 본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일 ‘요미우리’와 ‘주니치’서 한 수 배우다

‘세계적으로 독자가 줄고 미디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가는 지금 이웃나라 일본의 신문은 어떤 고민을 할까?’

우리나라 신문산업의 모양이 일본과 많이 닮아 있어 더 궁금했습니다. 지난 5일 마케팅본부 김태읍 본부장 등 4명의 간부는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일간지 <요미우리신문>과 지방지 <주니치>를 방문했습니다. 한 수 배우러 간 것입니다. 두 신문 모두 연초라 바쁜 와중에도 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내주며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자사의 마케팅 전략을 자세히 소개해 주고 정성이 담긴 기념 선물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에서 일본신문의 고객응대 서비스 수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조·석간을 합쳐 약 6300여만부의 신문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이 중 조간신문이 4700여만부로 약 73%를 차지합니다. 우리가 먼저 방문한 <요미우리>의 경우 조간 1000만부, 석간 400만부를 발행하는 일본 최대의 신문사입니다. <아사히>보다도 200여만부 더 큰 규모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신문 가구구독률은 90%를 상회합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의 한 판매담당 간부는 “최근 신문의 가구구독자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독자들의 요구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연구와 대응책으로 기존 독자들을 지키고 있다”며 독자들이 원하는 요리, 애완견, 여행, 식당 소개, 정원 가꾸기, 어린이 교육, 웰빙 건강 등 20여종에 이르는 부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본의 신문은 면수(조간, 40면)에서나 종이의 질 면에서 우리보다 더 나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워낙 신문 자체에 대한 ‘신뢰’가 높아 정보량이나 디자인 등 부가적인 것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불만이 덜한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한 조사에서 신문 매체의 신뢰수준이 다른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것을 볼 때 일본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시장 환경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일본 독자들은 신문의 논조가 맘에 안들거나 신문 내용에 불만이 있어서 신문을 끊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신문기사가 자사의 이익이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강조합니다.

무라타 요미우리신문 판매 담당 차장은 “독자들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하려면 서비스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새로 배치되는 판매점장(우리나라의 신문지국장)이나 직원들, 심지어 그들의 가족에게도 서비스, 판매관리, 전화응대 교육을 철저히 시킵니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 중입니다.”라며 교육과 고객 서비스 정신을 강조합니다.

가구구독률 90%…웰빙·애완견 등 20여종 부록 내
서비스 교육 ‘학교’ 운영…“독자와 친구되자” 모토


도쿄 시내에 있는 소위 잘나가는 요미우리 판매지국도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신문지국과 같은 ‘판매점’의 운영방식은 우리의 80년대와 아주 비슷합니다. 지방 학생들이 판매점에 숙식하면서 신문 배달사원으로 일하고, 판매점장이 총무 등 성실한 직원을 선발해 다른 지역의 신문 판매점장으로 발탁하기도 합니다. 무나카타 히데키 도쿄 신바시 판매점장은 “우리 지역의 경우 신문구독 약정기간은 보통 3개월인 경우 약 40%, 6개월 50%, 1년 구독이 10% 정도입니다. 한국처럼 무료로 신문을 넣어주는 기간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새로 독자가 되는 분들에게는 50엔 정도의 생활필수품인 세제나 화장지, 쓰레기 봉투 등을 감사의 표시로 드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구독 기간이 만료되어가는 독자를 직접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사은품을 제공한다든지 상가 독자들을 위해 광고 전단을 만들어 지역에 무료로 배포해 주는 등 독자가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일본인의 독특한 정서를 파고드는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주어 기존 독자를 지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신문과 판매점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커서인지 경찰본부와 방범 협정을 맺어 지역 방범사업을 하기도 한다는 말은 일본의 신문 판촉 서비스 형태에 대한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합니다. 여러 회사의 신문을 취급하는 신문 판매 지국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판매점들은 대부분 한가지 신문을 전용으로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도쿄에서 신칸센 고속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나고야로 향했습니다. 이곳엔 일본의 대표적인 지방지 <주니치>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주니치는 일간 <주니치신문>을 포함하여 전국에서 모두 5개 일간지와 스포츠신문 등 약 435만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주니치는 특히 나고야와 그 인근 지역에서 약 75%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절대 강자입니다. 이런 비결에 대해 스즈키 류 주니치 판매국장은 “지역 뉴스에 충실합니다. 어느 집에 강아지가 태어난 날까지도 뉴스가 될 정도로 세심합니다. 120년 역사를 가진 주니치의 독자에 대한 철학은 “독자와 친구가 되자”입니다. 늘 독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에 답하고자 노력하지요.”라며 신문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냅니다.

판매점에 대한 교육 체계는 요미우리만큼이나 잘 갖춰져 있습니다. 교육만 담당하는 자회사가 있으며 매년 16억원 정도의 교육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와 마찬가지로 판매점장뿐 아니라 그의 부인, 경리, 수금, 판촉사원들을 대상으로 1년 내내 2박3일 일정으로 교육시키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막강한 주니치만의 유통장악력을 유지시켜주고 있답니다. 이 신문은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광고 수입보다 판매 수입의 비중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일본의 신문시장은 신문구독률이 40%를 밑돌고 지하철 무료일간지와 포털 인터넷뉴스가 등장하고 불법 고가 경품이 사라지지 않는 우리와는 달랐습니다. 신문에 대한 독자의 믿음과 탄탄한 관리체계를 바탕으로 신문은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독자를 관리하고 관계맺는 건 판매점이며 본사는 판매점만 관리하면 된다는 고전적인 마케팅 방법이 통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한목소리로 강조합니다. 모든 가치는 독자한테서 나온다고. 독자의 요구에 바로 대답하고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이웃나라 일본 신문의 노력은 우리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현제 wodako@hani.co.kr/마케팅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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