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8 18:39
수정 : 2007.01.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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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우동 전문점 ‘미감’ 전상우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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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우동 전문점 ‘미감’ 전상우 주주
“3년 동안 이것저것 했습니다. 정착하지 못한 생활과 무력감에 빠져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싫었습니다. 먼지 같은 삶에서 뭔가 묵직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성취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학원 강사를 하고 있던 아내에게 제안을 했죠. 당신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것보다 밥장사를 해서 한 달에 10만원씩이라도 벌어 주면 좋지 않겠느냐고요.”
찜우동 전문점 ‘미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고 전상우(37) 사장은 말합니다. 요리사로서 그의 경력은 군대에서 취사병이 다였습니다. 2003년 서울 마포의 지하 가게에서 초기 자본금 200~300만원으로 식기·집기 등을 마련하여 시작한 가게는 이듬해 마포경찰서 근처 4평 정도의 가게로 옮기며 지상으로 올라왔고, 지금은 점심시간이면 제법 많은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찾는 식당가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8평짜리 가게에 권리금까지 주고 말입니다. 한겨레신문사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입니다. 사실 그는 한겨레맨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일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 힘들었어요. 나를 위한 시간이라곤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지요. 한겨레를 사랑했지만 나만의 시간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한겨레를 떠났나 봅니다. 오늘도 그의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미감을 찾는 한겨레 선후배들이 있습니다. 친정식구들이 오니 푸짐하게 마음을 담아 음식을 내놓습니다. 그곳에 처음 자리를 잡던 2005년 여름 한겨레신문사 사내 게시판에는 “퇴직사우 전상우가 <미감>을 냈다.”는 소개글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가족으로 일하다 사업…돈 받고 인사도 받는 보람 느껴
“황태국밥으로 가게를 시작했을 때 일주일에 두 그릇 판 적도 있었습니다. 거의 죽고 싶었죠. 하지만 아내는 기다려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에 용기를 얻게 되었고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하는 오기도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맛을 개발해 나갔습니다. “황태국밥에 홍합을 두 개 넣어 보았습니다. 손님들이 좋아했습니다. 이번에는 다섯 개를 넣었습니다. 더 좋아했습니다. 다시 왕창 홍합을 넣었더니 사람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 이렇게 해서 황태국밥에서 황태를 빼고 홍합을 주재료로 하는 ‘탕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찜우동’은 개발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고 지금도 다양한 맛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힘 겨운 시간은 줄어 갔습니다. 입소문이 한 몫했기 때문입니다. 미감의 음식엔 소금이나 설탕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즉 홍합의 염분으로 음식의 간을 대신하고 꿀로 단맛을 내며, 청량고추로 매운 맛을 냅니다. 그래서 음식의 맛은 맑고 깨끗합니다. 대표 메뉴로는 찜우동, 찜모둠, 볶음밥, 탕밥, 콩국수입니다. 가격은 보통 5~6천원 선으로 직장인들이 맛을 즐기기에 괜찮은 가격대입니다. 그는 돈 받고 인사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큰 보람으로 여깁니다. 한창 손님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혼자서 60그릇을 만들어 낸 적도 있다고 합니다.
2007년 황금돼지띠인 전상우 주주는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젊음의 거리, 먹거리의 각축장인 신촌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 중 미감 음식의 가능성을 믿고 소액 투자해 줄 사람도 찾고 있습니다.
음식으로 성공하여 의류, 주택, 문화사업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포부를 말합니다. 자신의 이런 사업계획을 <미감, 꿈을 꾸다>라는 제목으로 벽에 붙여 놓고 손님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합니다.
“지금도 500원짜리 어묵을 쉽게 사 먹지 못합니다. 예전에 너무나 어려운 생활을 겪어봤기 때문이죠. 돈을 벌고 싶습니다. 잘 살고 싶습니다. 다만, 번 돈을 혼자서 다 쓰지는 않겠습니다.”
미감의 음식 맛처럼 솔직하고 담백한 말입니다. 그만의 맛으로 출사표를 던진 전상우님을 만나러 미감에 간다면 주방에서 바쁘게 음식을 만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그의 꿈이 적힌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그의 꿈은 생방송 중입니다.
미감은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249-23에 위치해 있으며, 전화번호는 (02)719-3382입니다.
글 나혜영
hyeyoungz@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사진 김윤섭 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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