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8 18:44
수정 : 2007.01.29 10:28
홀씨통신 = 한국인의 에티켓 그 현주소
한 여행업체의 통계를 보니 지난해 연인원 약 1150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해외여행은 이제 부유층만 누리는 특권이 아닙니다. 저는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동료인 외국인 승무원들은 제게 한국인들은 ‘거칠다’고 말합니다.(그것이 오해이든 아니든 간에.) 상대방을 아무렇지 않게 밀치거나 여성에게 크게 호통을 치듯 말하며 공공장소에서는 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이미지로 비칠까요? 알고보면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부탁이나 요청을 할 때 다급한 마음에 상대방의 신체 어느 한 부위에 손을 대거나 옷자락를 덥석 잡는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행동이 자연스러울지 몰라도 개인 공간과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외국인들에겐 무척 당황스럽고 불쾌한 일입니다.
외국인들은 좁은 곳을 지나쳐야 한다거나 상대방에게 가까이 가야 할 땐 항상 ‘실례합니다(Excuse me)’란 말로 양해를 구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러니 낯선 사람이 예고도 없이 본인의 신체 어느 부위를 만지는 것 자체를 놀랍고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건 당연할 겁니다.
비행기 안에서 외국인 승무원을 부른다고 어깨를 덥석 잡거나 허리나 엉덩이를 쿡쿡 찌른다면 심한 경우 성추행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타이에서는 어린아이에게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도 큰 모욕이 됩니다. 머리는 몸에서 가장 신성한 부위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의도야 어찌됐든 낯선 이가 머리를 만지는 것은 불쾌한 일입니다. 또 관광지와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상대방을 부르거나,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도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인은 거칠고 무질서하다는 인상을 갖게 하는 또 다른 사례가 공공법규를 위반하는 것인데, 항공기 이착륙 때엔 안전 운항을 위해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버젓이 휴대폰을 켜 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항공기가 완전히 공항 청사에 닿지 않아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지 않았는데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짐을 꺼내며 부산한 것도 눈에 띕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현지인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벼운 인사말 한마디씩 건넨다면 잔잔한 미소를 남겨주는 좋은 추억이 담긴 여행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파란눈을 가진 외국인이 “감사합니다” 하며 어설픈 발음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면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친근함을 느끼듯, 외국인들에게도 우리가 건네는 가벼운 인사말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온 낯선 여행객을 더 친근하게 기억하도록 만들어 줄 것입니다.
여행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입니다. 여행은 다른 문화와 풍습을 체험하게 해주고,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방식들을 습득할 수 있게 해줍니다. 낯설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을 알아가고 한국인으로서의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그들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것, 다른 방식의 삶을 사는 이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맘으로 국제적인 매너와 에티켓을 익히는 것은 보람있는 여행의 첫걸음입니다.
오예리
ohyeri@yahoo.co.kr/<하니바람> 싱가폴 리포터
그림 이병곤/디자인주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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