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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7 17:51 수정 : 2007.02.07 17:51

시사저널 노조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정동 본사앞에서 경영진의 갑작스런 직장폐쇄조치에 항의하는 긴급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돈으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자본의 언론장악
시사저널사태를 보면서

시사저널

글쓴이가 읽는 주간지는 한겨레21과 시사저널이다. 기타 주간지까지 읽을 정성은 없고 그나마 읽을만한 것이 이 두곳 뿐인데 그나마도 한쪽은 이른바 '짝퉁 시사저널'이라 더이상 읽을 수도 없다.

오랫동안 읽어온 잡지의 파행은 소중한 재미를 하나 잃어버리게 했지만 더욱 분노하는 것은 글쓴이뿐 아니라 국민 여러분들에게 더이상 언론의 이름으로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시대를 선사하는 상징으로서 시사저널사태가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경구가 그야말로 국민의 알권리와 불합리한 세태와의 다툼에서 피를 흘리면서까지 찾으려했던 언론의 본질이 이제는 그야말로 '펜은 돈보다 강하다' 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서 금쪽같은 경구로 써먹어야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내몰린 우리 언론의 그늘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시사저널> 사태

지난해 7월 금창태 사장은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이에 항의하는 이윤삼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사표를 수리했고 그 뒤 6개월 동안 사측과 기자들은 공방을 벌여왔다. 시사저널 노조는 지난 달 4일 서울지방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를 선언함에 따라 마감날인 5일 하루 파업에 돌입했는데, 지난 달 8일 발매된 시사저널 제 899호는 비상근 편집위원이라는 대체인력으로 제작되었다.


이른바 ‘짝퉁’ 시사저널의 발행

잡지의 얼굴격인 표지의 머리띠에는 “증오심은 통치 원리 아니다”라는 제목의 류근일 <조선일보> 주필 인터뷰 기사가, 커버스토리로는 ‘2012년 ‘부활’ 노리는 노무현의 속셈’이라는 김행 편집위원의 정치분석 기사가, 하단에는 ‘조중동 잡으려다 친여매체 다 죽인다’ 등의 기사가 올라있다. 이게 시사저널인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의 주간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시사저널 경영진은 노조의 하루 파업에 앞서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사옥 내 편집위원이 주축이 된 별도의 편집국을 꾸리고 제작과정에 편집국 기자는 물론 정기 외부 필진이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은 채 편집위원과 중앙일보 출신 및 중앙 관계사 출신 기자들을 주축으로 시사저널을 발행한다. 이른바 세간에 회자되는 짝퉁시사저널의 발행이다.

시사저널사태의 발단은 '이학수 부회장, 권력 비대해졌다'라는 제하의 2쪽짜리 기사였다. 시사저널사 금창태 사장은 내용이 검증이 안 됐고 삼성 측에서 이의를 제기한다는 이유로 보류를 권유하다가, 급기야는 편집국장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편집국장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인쇄 단계에서 들어내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이윤삼 편집국장은 항의하는 뜻에서 사표를 제출했고, 회사측은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문제되는 기사를 인쇄 단계에서 들어내고 이에 항의하는 편집국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은 그야말로 보기드문 광경이다.

시사저널사태의 본질은 돈에 의한 언론검열이라는 것이다. 삼성이라는 이름의 막강한 금력앞에 광고라는 돈줄을 의식한 경영진의 속내가 발로 뛰고 기사를 만드는 기자들의 땀과 수고로움을 버리는 것인데,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보석반지가 그렇게도 탐이 나더냐" 는 이수일의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나오는 장면들이다.

전국을 요란하게 뒤흔들었던 이른바 X-FILE사건도 삼성이라는 거대자본이 정치권력을 주무르는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하지 않고 느닷없이 불법도청쪽으로만 사건을 몰아가면서 삼성은 그 서슬퍼런 위기에서 순식간에 빠져나왔다. 참여연대의 고발명단에도 각 언론사는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이건희라는 이름을 빼버렸다.

삼성 에스원의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시위도 언론은 그동안 외면했다. 얼마나 언론이 그들을 외면했으면 작년에 그들은 겨울 한강물속에서 시위하고 고속도로 철탑에서 절규했을까...삼성에 발목잡힌 언론이 외면한 우리의 현실이다.

본질은 무엇인가?

삼성이라는 거대자본은 광고라는 돈줄을 가지고 언론을 길들인다. 약간의 삼성관련기사가 부정적이면 광고를 빌미로 회유하거나 이에 불응하면 광고를 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말을 잘 들으면 광고가 넉넉히 나가고 돈이 투입된다. 그래서 청와대는 기사를 빼지 못하지만 삼성은 기사를 뺄 수 있다라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사저널사태는 오늘 우리 언론들을 집요하게 검열하는 힘이 과거 정치권력에서 자본권력으로 넘어왔음을 그대로 증명하는 것이다.

자본이라는 힘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운다면 우리는 더이상 공공의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시사저널> 2005년 9월호에 나온 것처럼 삼성은

①평상시에 꾸준히 언론에 광고비와 협찬금을 대며 관계를 공고히 한다

②삼성에 비판적인 취재에 들어가면 기자의 신상조사를 한다

③기사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게재시기를 늦추거나 내용의 톤을 낮추는 것으로 목표를 바꾼다

④보도가 되면 타사에 다른 보도자료를 주어 물타기를 한다.

글쓴이는 시사저널이라는 한 주간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시사저널로 촉발된 오랜 자본의 언론장악을 말하려는 것이고 자본에 종속된 언론의 자기검열을 말하는 것이며, 금력으로 정치뿐 아니라 언론까지 지배하려는 거대자본의 괴물같은 폭력성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다.

과거 우리 언론은 권력, 정치권력에 맞서서 치열하게 언론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경구를 가치로 삼고 목숨과 맞바꿀 각오로 싸웠던 것인데, 이제 목구멍이 포도청이 되는 상황을 감수하고 언론은 금력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자본의 힘에 굴복한 언론사는 스스로 자본에 대한 충성을 자기검열이라는 야만적인 방법으로 통제함으로서 실천한다. 이 야만은 국민 여러분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과 불합리나 부조리를 비판할 근거를 삭제한다. 아무생각없는 국민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오늘 언론이 넘어야할 또하나의 장벽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으며, 그 길에 놓여진 칼날같은 장애가 무엇인지, 그 장애에도 불구하고 장벽을 넘고 언론자유의 또다른 지평을 열기위해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강제한다. 포기하면 잠시의 돈줄은 넉넉하겠지만 장래의 존폐는 말할 것이 없다.

도전한다면 험난하겠지만 국민 여러분들은 언론의 새로운 지평에서 같이 춤추고 어울릴 것이다.

참 언론수호냐? 자본에 굴복이냐??

양자의 갈림길에 들어선 한국 언론의 현주소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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