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5 17:46
수정 : 2007.02.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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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석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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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예술
눈여겨보면 아름다움 보인다
홀씨통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공원에는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봄기운을 느끼며 천천히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도 자주 눈에 띕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대전 유성구 송강동(松江洞)입니다. 옛날부터 소나무가 무성해서 송강(松岡)이라 했는데, 후에 송강(松江)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곳에는 송강근린공원으로 더 알려진 ‘새마을동산’이 있습니다. 이 공원에 들어서면 돌에 새겨진 ‘금석교’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목적을 갖고 사귀는 우정은 그 목적이 이루어졌을 때 끝나지만, 쇠와 돌 같은 믿음의 사귐은 단단하고 변함없다는 뜻입니다. 금석교 앞면에 새겨진 ‘수욕정이 풍부지 자욕양이 친부대(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나무가 조용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 두지 아니하고, 자식이 부모님을 잘 봉양하려 하나 부모님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뒷면과 양옆으로는 ‘송강동유래비(松江洞由來碑)’와 효(孝)와 정(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글도 있습니다. 글을 새긴 사람은 전안원(64)씨로 송강동에 살고 있는 서각가입니다.
광장이나 공원처럼 탁 트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조각과 벽화, 설치미술은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지역주민 모두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문화공간입니다. 공공미술은 영국의 존 윌렛이 1967년 <도시 속의 미술 Art in a City>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땅에 금을 긋고 건물 이름을 짓는 것만으로 도시를 가르고 땅을 나눌 수 있는 것일까요? 건물과 도시에서 사람들의 무관심에 단순한 부속물로 방치된 미술품들이 있는 반면, 낯선 길을 지나다 만나는 장승과 쓰러져 가는 오두막 한귀퉁이에 놓인 돌절구도 ‘문화유산’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곳에 놓인 비석이나 크고 작은 조각품의 그것들은 우리가 세심하게 눈여겨볼 때 새로운 이름을 얻고, 생명 넘치는 의미를 갖습니다.
서울 청계천을 상징하는 조형물 ‘스프링’과 최근에 완성된 전북 고창군 부안면 송현리의 ‘돋음별마을’의 벽화도 잘 알려진 공공미술 작품입니다. 돋음별마을의 벽화는 마을사람들에게 사계절의 변화를 내내 느끼게 하는 볼거리를 제공하며 이웃과 소통합니다.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로 가게 되는 고향 길목에서 공공미술을 눈여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솟대는 마을과 주민들의 한 해 소망을 담아 놓습니다. 그 솟대가 우리를 지켜줍니다. 엄숙한 미술관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주민들에게 공공미술의 의미는 확장된 예술로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옵니다.
글·사진 한미숙
enikesa@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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