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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5 18:01 수정 : 2007.02.25 18:01

창간 당시 이영희 논설고문
전문성·신뢰성·실천의지 강조

하니바람 성장센터

“나는 우리 신문의 ‘기자’를 편집국 소속원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총무·영업·광고·제판·공무… 등, 모든 부서의 소속원이 <한겨레신문>의 기자다. 그뿐 아니다. 전국의 주주들도 각기 있는 곳에서 한겨레의 기자이고 기자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겨레신문이 창간된 그해 10월 하니바람의 전신인 <한겨레가족> 1호 2면에 실린 ‘한겨레 후배 기자들에게’란 이영희 당시 논설고문의 글이 있습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20년 전 한겨레 가족은 누구나 기자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느 인터넷신문의 슬로건처럼 말입니다.

이영희 선생은 이 글에서 “월등 좋은 직업적 기회와 물질적 혜택을 마다고 가난한 <한겨레신문>에 참여한 기자들 개개인의 실존적 결단에 뜨거운 경의를 표한다”고 격려한 뒤 후배기자들에게 여섯가지를 부탁했습니다. 누구보다도 한겨레를 사랑한 그의 바람은 깊고 엄중합니다. 지금의 한겨레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한겨레 직원은 물론 주주·독자 가족 모두가 생각해 보았으면 해서 소개합니다.

(인용)


첫째, <한겨레신문>도 ‘체제외적’ 기능체일 수는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자. 각기가 그리는 이상적 신문의 모습은 있을 것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한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 한계를 최대한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우리가 할 일이다.

둘째, 일천한 기자 경력을 가지고 ‘대기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을 늘 경계하자. 모든 전문 직업에서 그렇듯이 기자직에서도 ‘조로증’은 스스로의 발전을 저해한다. 각고하는 노력만이 성장을 보장한다. 아무리 작은 기사에도 혼신의 힘을 기울이자. 모든 사실을 확인하고 쓰자.

셋째, 기사의 개인주장과 감정표시가 아직도 많아 보인다. 보도기사건 해설 기사건 최선의 기준은 야무진 내용이다. 감정노출이 심하고 내용은 공허하면서 “…해야 할 것이다”식의 기사를 삼가자. 그런 글은 차차 쓸 날이 올 것이다. 너무 서둘지 말자.

네째,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신문 특히 편집국 내에는 ‘민주적 평등성과 권리’의 기풍이 과잉인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24시간 단위의 전투인 신문제작 과정의 필수적인 직업적 기강이 서 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면 조금 심하게 말하면 무정부 상태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바 없지 않다. 각 계위의 책임자들이 하루속히 분위기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자.

다섯째, 신문 문장을 착실하게 공부하자. 형식에서 짜임새 없고 내용에서 허술한 기사가 적지 않다. 신문 문장에는 오랜 경험에서 형성된 특유한 규범과 스타일이 있다. 문장 향상을 위해서 애를 쓰자.

여섯째, 각기 신문인으로서의 전문분야를 개척하자. 흔히 신문기자는 다 아는 것 같으면서 정말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항간의 비판이 있다. 내일의 기자로서 대성하기 위해 각기 전문가가 되자.

지난 1월29일 한겨레는 ‘취재보도 준칙’을 마련해 대내외에 실천의지를 밝혔습니다. 김효순 편집인은 31일치 <한겨레>에 실은 기고글 ‘혼탁한 시대 ‘신뢰받는 신문’ 새길 열겠습니다’에서 ‘우리가 현시점에서 최우선 순위에 둔 과제는 신뢰의 회복입니다. 그 방안은 불신을 자초한 원칙의 훼손과 무시, 잘못된 관행을 처절한 심정으로 되돌아보고 시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땅의 언론들은 거친 취재 행태, 자의적인 기사 판단과 편집, 균형을 잃은 논조, 편집권에 대한 안팎의 압력과 간섭, 독자의 비판에 귀기울이지 않는 독선, 공익과 사익의 혼동 등을 마구 저질러 언론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불러왔습니다. 한겨레신문사 구성원들도 신뢰의 위기를 둘러싼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겸허한 마음으로 고백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겨레 제2창간 정신은 창간 ‘초심’ 입니다. 19년 전 이영희 선생의 당부의 말씀이 생각나는 이유입니다.

이동구 donggu@hani.co.kr/<하니바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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