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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7 20:31 수정 : 2007.03.07 20:31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논설주간

미디어 전망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다산부대와 동의부대. 이들은 아프간 재건사업(다산부대)과 주민에 대한 의료지원(동의부대)을 하고 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었다. 주민을 위해 활동한다는 다산부대의 병사가 왜 그곳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저항 세력의 테러 공격 대상이 되었는가? 윤장호 하사의 죽음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언론은 기지를 방문 중이던 체니 미국 부통령이 표적이었다는 탈레반의 주장을 받아 한국군은 테러의 표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산부대에 근무했던 한 전역병에 의해 다산 동의 부대가 주로 공군기지 안의 시설 개보수와 다국적군에 대한 의료지원을 하고 있으며, 기지 밖으로는 거의 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 하사의 희생과 관련하여 언론이 추적한 ‘사실’은 여기까지다. 다산, 동의 부대의 역할에 대한 전역병의 주장조차 묵살해버린 신문도 있다.

여기서부터 언론은 해외 파병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뛰어 들었다. 그것도 사실에 근거한 치열한 논쟁이 아니라 평소의 자기주장을 한마디씩 되풀이하고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적 여론을 이끌고 있는 신문들의 사설은 해외 파병의 적극적인 의미를 부각시키는 데 골몰했다.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국력에 맞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으며(조선일보), 해외파병은 긴밀한 한미동맹의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고(중앙일보), 우리는 6·25전쟁 때 피로써 이 땅을 지켜 준 유엔에 큰 빚을 지고 있다(동아일보)는 요지다. 이들의 주장은 조기철군 요구 반대로 이어졌다. 윤 하사의 고귀한 희생을 빌미로 한 ‘조기철군’ 목소리는 오히려 그의 희생을 욕되게 하는 것이며, 테러 앞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도 고양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1일 이라크 아르빌로 떠난 자이툰 부대의 여섯 번째 교대 병력에 외교관 장성 아들 등 사회 지도층 자제가 다수 포함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들이 왜 위태로운 전쟁터로 달려갔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는 3·1절에 이라크로 떠나는 젊은 엘리트들은 지금 때 묻지 않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는 중이라고 자답했다. 파병에 대한 미화가 여기에 이르면 할말을 잊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한겨레와 경향 서울신문 등은 사설을 통해 조기철군을 촉구했다. 그러나 윤 하사 추모 열기 속에서 조기철군론이 당장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조기철군의 ‘논리’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의 제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언론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해외 파병과 관련된 ‘사실’들을 더 모으는 일이다. 다산, 동의부대를 비롯하여 해외에 파병된 한국군이 현지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이며, 그것은 현지 주민들에 의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그들은 현지 저항세력의 테러 대상인가, 아닌가. 우리 장병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나아가 우리는 왜 파병해야 하며, 조기철군을 할 경우 어떤 파장이 일어날 수 있으며,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차분히 따져 보아야 한다. 이것이 윤 하사의 희생의 의미를 살리는 길이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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