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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4 19:14 수정 : 2007.03.14 20:56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리처드 파슨스 타임워너 회장 일행을 접견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CNN 한국어방송 검토 파문’ 무엇이 문제인가


‘개방은 없다’ 해명 불구 반대 움직임 확산
미국의 여론 주도·방송법 무력화 우려 커져

뉴스전문채널 〈시엔엔〉(CNN)과 시사주간 〈타임〉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회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기간 중 방한해 〈시엔엔〉의 한국어방송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파문이 번지고 있다.

파슨스 회장은 8차 협상이 진행 중이던 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중앙방송(중앙일보의 방송법인)과 합작으로 설립한 카툰네트워크 코리아 사업의 일환으로, 〈시엔엔〉을 한국어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다가 13일 타임워너 자회사인 터너의 란지타 메논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는 보도자료를 내어 “파슨스 회장은 시엔엔이 한국어 방송을 론칭할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시엔엔은 외국의 뉴스채널이 한국어로 더빙해 재송신하는 것을 금지한 한국의 방송법을 알고 있다. 이런 규정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시청각미디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처드 파슨스 타임워너 회장의 ‘시엔엔의 한국어방송 검토’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0개 시청자·언론단체로 꾸려진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시청각미디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2일 청와대 앞에서 ‘타임워너 회장 시엔엔 한국어방송 개방요구 규탄’ 집회를 열었다.

공대위 집행위원장인 전규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는 13일 한국 정부와 미국의 방송개방 합의설을 제기했다. 그는 “방송위원회가 개방을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중인 가운데 3월 말 협상 타결 시한을 앞두고, 방송위를 제치고 청와대로 가서, 외국방송 재송신의 더빙 허용 및 국내 방송광고 허용 등 정치적 빅딜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임워너의 요구대로 〈시엔엔〉의 한국어 방송이 허용될 경우 사실상 보도전문채널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보도채널을 승인제로 운영중인 현행 방송법 취지가 무너진다. 나아가 신문·방송 겸업을 금지한 방송법 취지도 흔들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조·중·동 등 국내 신문 대기업은 보도채널 겸영 허용을 기대해온 편이다.

또한 언론단체들은 〈시엔엔〉이 위성을 통해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방송을 송출하는 것이어서, 국내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한다. 미국이 장기적으로 여론형성 주도권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타임워너 쪽은 방송광고 직접 영업 허용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시엔엔〉 등 해외 재송신 채널이 국내 방송광고 금지품목 광고를 했지만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던 사례가 있다. 국내 방송과 달리 〈시엔엔〉은 프로그램 중간광고도 하고 있어, 규제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에프티에이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에 △〈시엔엔〉 등 외국 방송의 한국어 더빙 허용 △케이블티브이 사업자채널(PP) 외국인 지분규제 완화와 함께, 지상파를 비롯한 국내 방송 프로그램 편성의 국산 쿼터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방송법은 지상파 방송은 국산 프로를 80% 이상 방송하도록 돼 있으나, 미국은 지상파의 국산 편성 쿼터를 50%로 줄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가의 개방반대 움직임은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케이블티브이협회는 14일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케이블채널(PP)을 통해 방송개방 반대 성명을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중앙방송을 통해 타임워너와 손잡고 방송영역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고, 문화방송은 자회사인 아이엠비시를 통해 타임워너가 보유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와 영화 다운로드 계약을 맺고 지난해 말부터 서비스(유료)를 하고 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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