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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9 14:04 수정 : 2007.03.19 14:04

“이용자 중심으로 시장을 세분화해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 편협대화서 강연

미디어 시장에서도 무료일간지와 인터넷 등에 따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신문사들도 파괴적 혁신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괴적 혁신' 이론을 주창, '21세기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칭송받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19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제64회 편협대화'의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창하는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주류 기업이 제품의 품질을 꾸준히 향상시키면서 소비자의 만족을 충족시키는 '존속적 혁신'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일본 기업을 파괴적 혁신의 대표사례로 들고 있다. 과거 일본의 자동차나 가전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의 제품보다 가격이 낮고 품질이 떨어지는 '파괴적 시장'에 진출해 품질이 낮아도 값싸게 상품을 살 수 있는 소비자층을 만족시켜 빠르게 시장을 늘렸고 이를 바탕으로 품질을 높이면서 주류 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류 기업들은 품질이 낮은 상품은 수익성이 적기 때문에 일본 기업과 같이 파괴적 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고 상대적으로 고품질의 시장에서만 점진적으로 품질을 개선하는 존속적 혁신을 했기 때문에 결국 일본 기업들에 주류 시장을 내주게 됐다.

크리스텐스 교수는 이러한 파괴적 혁신을 신문시장에 대입하면 무료신문과 인터넷 등이 파괴적 시장에 진입했고 기존의 주류 신문에 광고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틈새 시장(무료신문과 인터넷 등)에 의존하면서 주류 신문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괴적 혁신은 편리하고 저렴하다는 장점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있다"며 "미국의 경우 주류 신문사들은 대형 자동차 위주로 광고를 싣지만 자동차 전문사이트인 '오토트레이더닷컴' 등에는 소형차 위주의 광고로 틈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처럼 신문시장에서 광고와 수익성 측면에서 파괴적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신문사는 수익성을 향상시키고는 있지만 파괴적 혁신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가 주류를 잠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광고와 구독자 측면에서도 무료신문과 인터넷이라는 두 가지 큰 파괴적 시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트로와 같은 무료신문은 기사의 품질을 따져보면 기존 주류 신문에 비해 떨어지지만 무료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편리함이 파괴적 혁신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야후나 CNN닷컴도 편리하고 접근성 있는 뉴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메트로와 비슷하게 계속 혁신을 하다 보면 주류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그는 "주류 신문사도 자유롭게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자회사를 통해 준비해야 한다"면서 "기존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파괴적 혁신을 이용해 모회사의 시장과 접목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기업이 시장을 세분화할 때 기업의 시각에서 나누면 혁신을 못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입장에서 나눠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신문의 시장을 나눌 것을 제안하면서 이용자가 원하는 신문의 기능으로 ▲생산적으로 시간 보내기 ▲정보 습득 ▲긴장 풀기(unwind) 등 3가지로 나눴다.

그는 "생산적으로 시간 보내기라는 기능으로 보면 기존 신문사의 경쟁자는 좁게 보면 메트로와 같은 무료신문도 있겠지만 아이팟이나 휴대전화, 소설책, 노트북 컴퓨터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메트로는 앞으로 아이팟이나 휴대전화 시장도 잠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용자가 바라보고 있는 신문의 기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에 기반을 둬서 이용자에게 서비스한다면 해당 시장의 많은 부분을 신문이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밖에 그는 젊은 층이 신문 대신 인터넷 등으로 정보를 얻는 상황에서 기존 신문사들이 오락성 기사를 꾸준히 싣는 노력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디즈니월드가 10대의 자녀를 둔 부모를 유치하기 위해 롤러코스터 등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갖추는 노력을 했지만 이는 오히려 가족과 단란한 경험을 쌓기를 원했던 기존의 주요 고객층(12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례를 비유로 들었다.

그는 "기존 신문사들이 젊은 층이 원하는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등의 콘텐츠를 싣는다면 이미 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다른 업체와 경쟁하게 돼 승산이 적다"며 "또한 본연의 기능인 정보제공도 동시에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부모들 중에는 오락적 정보제공에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고 엔터테인먼트를 교육적 측면에서 활용하고 싶은 경우도 있는데 이런 틈새를 찾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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