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 지국장 신재영씨(사진 오른쪽 세번째)와 그의 부인 차옥희씨(사진 오른쪽 두번째)
|
퇴직 지국장 신재영씨
‘장삿속’ 없는 슈퍼 아저씨부인은 ‘49살 새댁’
동네 어르신들에 인기예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한적한 시골마을 슈퍼에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십니다. 할머니 앞에는 막걸리 한 병과 조기 한 마리가 안주로 나와 있습니다. 잠시 후, 부부인 아주머니 아저씨가 또 들어오셨습니다. 슈퍼 안의 난롯가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둘러앉았습니다. “할머니는 꼭 막걸리를 잡수세요. 다른 건 잘 안 드시지요.” 대암마트(슈퍼)를 운영하는 신재영(60·사진 오른쪽 세번째)·차옥희(49·사진 오른쪽 두번째)씨 부부는 동네사람들이 들어오면 뭐가 필요한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389-5호. 부부가 이곳에 온 지는 1년이 넘었지만 동네사람들과 나누는 친근함은 오랫동안 같이 산 식구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가게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물건도 팔고 음식도 만들어야 하는 차씨는 말합니다. “처음에 와서는 막 울었죠. 아는 사람도 없고 동네엔 다들 어르신들이잖아요. 하지만 지내다 보니 시골인심이 살아 있는 곳이란 걸 느꼈어요. 여기 사는 동안 야채는 거의 안 사먹었어요. 당신들이 직접 키운 걸 주시니 얻어먹는 게 더 많았죠. 다들 가족같이 지내면서 차차 정이 들고 적응도 되었어요.”
|
퇴직 지국장 신재영씨
|
이곳에 오기 전 부부는 경기도 안양에서 한겨레신문 판매지국을 14년간 운영했습니다. 우유대리점을 같이 운영하기도 했지만 신통치 않았습니다.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부인의 고향인 울주로 내려오게 되었답니다.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한 동네에서 차씨는 ‘새댁’입니다. 서글서글하고 사람좋은 인상은 어르신들 눈에도 들었을 것입니다. 만나면 얘기를 나누고 싶고 속엣말도 하고 싶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뭔가 주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라 뭐라도 들고 찾아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을 경로당이 있지만 동네 어르신들은 더 자주 가게로 오게 됩니다. 차씨가 말랑말랑한 쑥인절미 한 접시를 갖고 왔습니다. 뚝딱, 요술을 부린 듯 쑥인절미가 어디서 났느냐고, 막걸리를 드시던 아흔 가까운 연세의 할머니가 묻습니다.
“구역예배 때 한번 먹고 냉동실에 얼려놨던 거예요. 잡숴보세요!” 신재영씨 부부는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낭구(나무)’ 때는 난로에 둘러 앉아 인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탁자 한켠엔 <한겨레>가 놓여 있습니다. “술을 사는 건 쉬워도 한겨레 보기는 어려워하지요. 교회 전도하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신문구독 권유도 전도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실제로 ‘감동’을 줘야 하지요. 신문을 보라고 하기 전에 내 삶에서 행동으로 보여야 해요.” 봄이라지만 난롯가의 온기가 아직은 좋습니다.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의 풍경은 고요하고 그윽하기까지 합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농사를 짓지는 않는답니다. 내가 먹거나 멀리 도회지로 간 자식들에게 주는 기쁨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약은 잘 쓰지 않습니다. 부부는 ‘얻어먹는 야채 모두가 자연식’이라며 자랑을 합니다. 부인에게 소망을 살짝 물었습니다. “다시 안양으로 돌아가 전 식당을 했으면 좋겠고, 남편은 한겨레를 맡는 거예요. 그때는 힘껏 밀어주고 싶어요.” 글 한미숙 enikesa@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사진 김윤섭 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사진가
|
퇴직 지국장 신재영씨와 부인 차옥희씨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