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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복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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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작국 윤전2부 김왕복 부장
아내 권유로 부부 함께 공부
방통대 행정학과 6년만에 졸업
“배운 것 회사에 접목하고파” 순한 인상에 선한 눈빛,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나이가 44살인데 이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도대체 이 늦깎이 졸업생이 누구냐고요? <한겨레> 제작국 윤전2부 김왕복 부장(의왕시 삼동)입니다. 신문사 하면 기자들만 떠올리시나요? 지금까지 <하니바람>을 열심히 읽은 독자라면, 편집국 말고도 중요한 부서들이 많다는 정도는 알아주는 센스~ 있으시겠죠? 윤전부도 그중 하나입니다. 신문을 찍어내는 거대한 기계 윤전기를 다루는 부서 윤전부는 신문 제작의 최종단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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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복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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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 내내 아내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공부하는 노하우’를 물으니 “아내와 함께 공부를 한 것”이라 답합니다. 15쪽이 넘는 리포트를 쓰려고 적어도 2개의 도서관에 들러 참고서적을 봤는데, 아내의 자료까지 찾아주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나요? 이들 부부는 서로를 위해 교과서 요점 정리도 해주고, 주말이면 도서관도 같이 가고, 대학 생활이 ‘또 하나의 데이트’였다고 합니다. 아내 정서연씨도 “공부 같이 하면서 연애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부부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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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복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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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닙니다. 아내를 더욱 기쁘게 한 건 남편의 변화입니다. 가사일 분담에 적극적이지 않던 남편이 학교생활 뒤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오전 7시50분에 아내가 출근하면 오후에 출근하는 김씨가 설거지를 해놓기 시작했고, 비번인 날엔 아내가 퇴근하기 전에 두 아들 밥 챙겨 먹이고 저녁식사를 준비해놓곤 했대요. 그는 “이젠 앞치마 두르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웃습니다. 김왕복 부장에게 <한겨레>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는 <한겨레>를 “다니고 싶은 회사, 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 내 맘에 드는 회사”라고 요약합니다.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1991년 경력사원으로 <한겨레>에 입사한 그는 “이전 회사 다닐때는 회사 가기 싫은 날이 많았는데, 한겨레에 오고 나서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다”고 합니다. 졸업식날 장미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을 찾아주는 동료가 있고, 집으로 축하 화분을 보내주는 상사가 있는 <한겨레>는 그에게 ‘차가운’ 회사가 아닌 ‘따뜻한’ 회사입니다. 그는 사실 이전 회사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한겨레>라는 신문이 있어?”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이직 뒤 어느순간부터 자긍심이 생겼습니다. “다른 신문들이 정권에 빌붙어 해야 할 말 못할 때 <한겨레>는 비판의 칼날을 서슴없이 휘두르는 걸 보며 자랑스러웠다”고 하네요.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생각했으면 돈을 조금 더 많이 주는 회사로 옮길 생각했겠지만, 저는 지금도 행복하고 만족해요.” 김 부장은 요즘 행정학과서 배운 조직체계론이나 동기이론 등을 회사생활에 접목시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는 오늘도 집 근처 동사무소 문화센터에서 엑셀 강좌를 들으며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글 양선아 anmadang@hani.co.kr/편집국 편집4팀 사진 김윤섭 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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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부터 김왕복 부장과 둘째 용민군, 아내 정서연씨, 첫째 용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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