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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언론인·전 <한겨레>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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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한미 FTA 타결 뒤 일부 신문들의 노무현 대통령 치켜 세우기를 본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의 반응은 “어리둥절하다”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한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어리둥절한 것은 신문들이 노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꿨기 때문이 아니다. FTA 타결을 고대하던 신문들이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타결을 해냈다고 말하는 노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우리가 어리둥절한 것은 신문들의 지나친 FTA 예찬 때문이다. ‘조중동’이란 한 묶음으로 불리우는 세 신문들의 FTA 찬양은 한마디로 “FTA 너무 좋아”라는 것이다. FTA에 대한 의미 부여는 <중앙일보>가 단연 앞섰다. 협상 타결을 보도한 3일치 신문 지면에는 ‘제3의 개국’, ‘대한민국 G7시대’, ‘노 대통령 집념의 리더십’, ‘복 있는 나라’ 등 최상의 찬사가 다 동원되었다. 3일치 <조선일보> 머리기사 제목은 ‘14조 달러의 시장 통합’이었다. 시장이 통합되면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사람들의 걱정에 조선일보는 “한국 경제가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가게 된 셈”이라는 전문가들의 좌담회 기사로써 대답했다. 시장의 통합이 미국 진출 야구 선수들의 성공담처럼 단순 명쾌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신문들의 흥분은 협상 타결 이틀이 지난 4일 아침까지도 가라앉지 않았다. 중앙은 한미 FTA 협상의 한국쪽 대표와 실무진에 대해 ‘한미협상 영웅들’이라고 극찬했다. 이날 조선 사설은 “FTA 비준은 발전 세력 대 후퇴 세력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신문들이 FTA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각자가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세 신문은 FTA와 관련하여 아주 편향적인 편집을 했다. <한겨레> 및 <경향신문>의 보도와 비교하면 세 신문의 편향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4일치 한겨레는 ‘FTA 합의문 숨은 폭탄조항 많다’는 기사와 함께, ‘한미 FTA 검증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경향은 이날 ‘한미 FTA 철저분석 허와 실’ 시리즈를 시작했다. 지금은 거대한 미국시장과의 통합에 기뻐하기보다 통합된 시장 속에서 우리 경제의 자율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긴장해야 할 때다. 뿐만 아니라 FTA 협정 자체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축배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미국은 전문가 수백 명이 동원되어 협정 문안 하나하나를 점검한 뒤 비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FTA 협정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아직 합의한 협정 문안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신문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협상 성과는 협상에 나선 대표들이 선별적으로 흘려 준 단편적 정보에 의한 지레짐작일 뿐이다. 일부 신문들은 FTA 타결을 기정사실화 하고, 샴페인을 서둘러 터뜨렸다. 그들은 반대 주장을 누르며, 국회 비준 과정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FTA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 적중한다고 해도 균형을 잃은 보도에 대한 비판을 벗어날 수는 없다. 만일 그들의 판단이 편향성에서 오는 오판으로 드러난다면, 그들은 그 무거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성한표/언론인·전 <한겨레>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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