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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왼쪽)이 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지난해 11월 술자리 발언과 관련해 의원들의 물음에 답하면서 “요즘 방송이 편파적이다”라고 말하자 옆에 앉아 있던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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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유승민 의원 등과 대화녹취록 공개…한나라당 편향 발언 논란
“우익단체에 KBS 모니터 그룹 구성 제안…방송회관 와서 시위해줘야” 발언도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대통령선거 및 한국방송(KBS) 등과 관련해 방송위원으로서 도를 넘어서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9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과 윤아무개 케이비에스 심의위원, 신현덕 전 경인티브이 대표 등과 함께 한 저녁 모임에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를 하얀 백지에 새로 그려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우익 단체 인사들에게 케이비에스 모니터그룹을 구성하도록 제안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이다.
<피디저널>이 입수한 모임 발언 녹취록을 보면, 강 위원의 발언은 다음 대선에서 좌파 재집권을 막고 우파가 정권을 찾기 위해 <케이비에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논지로 요약된다. 그는 케이비에스 사장 선임과 노조 선거를 앞둔 시기에 만난 모임에서 “내년 대선 때 노조를 잡아야 정연주 사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연주가 되는 건 정해졌지만, 마지막 마지노선은 노조를 잡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비에스 간부 윤씨는 “노조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강 위원은 또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단 말이 있는데, 빈대가 많으면 잡을 수가 없다. (우리가 정권을 찾으면) 새로, 건물을 지어야지. 방송이 그렇단 거다. 지금 최문순이나 정연주나 이거 껍데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케이비에스> 보도와 관련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니터그룹이 없어 소용이 없다”며 “우익 시민단체에 모니터하는 팀이 있어야 하거든. 내가 우익 시민들, 몇사람한테 얘기해 ‘모니터그룹을 만들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송위의 보도교양심의위가 제구실을 못한다고 평가한 뒤 “우익 시민단체들이 방송회관에 와서, ‘야, 이렇게 할려면 방송위 문닫아라’ 하고 시위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때에 맞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드라마 제작 계획을 밝히고, 한나라당 유 의원에게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저작권 개런티를 받아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또 호남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김대중이 저거 저짓 하고 다니는 거 봐요. 징그러운…. 나라가 어떻게 돼도 호남의 대통령이라는 걸 지가 자인한 거 아닙니까? 응”이라고 말했다.
사석의 이 발언이 불거진 것은 신현덕 전 경인티브이 대표 때문이다. 신씨는 시비에스쪽 추천으로 경인티브이 대표가 됐던 인물로, 대화를 ‘몰래 녹음’ 했다. 이렇게 작성된 녹취록을 시비에스쪽이 경인티브이 경영권 갈등 과정에서 방송위 등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밖으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은 사석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방송위원으로서 부적절해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과 만나 정치색 짙은 발언을 한 점이 특히 그렇다. 국민 대표성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여·야 정당이 추천하지만, 방송위원에겐 직무 독립성 준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 노조도 이런 점에서 강 위원을 비판했다. 노조는 6일 성명을 내어 “방송위 상임위원의 발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특정 정당에 편향됐다”며 “그토록 한나라당 집권과 좌파세력 몰아내길 바란다면 그 당에 입당해 대선전략 기획을 전담하라”고 비판했다. 허미경 남지은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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