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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습니다’ 없는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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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정정 ‘미적’…지난해 법원 “사실확인 책임”
“정부가 저소득층 주택청약 부금을 대신 내준다는데, 언제부터인가요?” “간호사는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나요?” 노동부 홍보기획팀은 지난주 주택청약과 비정규직법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전화 폭주로 다른 업무를 못 볼 지경이었다. 지난 11일 한 신문 1면에 실린 ‘정부가 저소득 노동자에게 주택청약 부금을 대신 내 준다’는 기사와 13일 다른 신문 1면에 실린 ‘간호사·초중고 교사는 2년 뒤 정규직 전환 적용 안 된다’는 기사와 관련한 문의였다. 두 기사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모두 ‘오보’였다. 하지만 이들 기사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초기화면에 반나절 넘게 걸리면서 ‘오보’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기사에 달린 댓글만도 수백개인데다 수많은 카페와 블로그로 기사가 퍼올려졌다. 노기혁 노동부 홍보팀장은 “포털 사이트 등 기사를 보고 전화했다는 민원인들의 문의가 폭주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느라 진땀을 흘렸다”며 “포털의 특징상 뉴스 유통이 순간적으로 확산돼 잘못된 정책 기사의 악영향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관련 기사를 실은 신문은 이튿날 그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를 냈지만, 이는 포털 사이트 주화면에 노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실이 아닌 두 기사는 일주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계속 유통되고 있다. 검색어에 따라 본기사와 정정보도가 함께 나타나기도 하지만 본기사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 홍보팀은 포털 회사에 항의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앞서 이런 일을 겪었을 때 항의해 봤지만, 포털 쪽은 언론사 쪽에 책임을 미루기만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서울남부지법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노컷뉴스와 네이버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기사의 사실 유무를 확인할 책임이 포털에도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은 포털의 사실 확인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지만, 민사상 책임만 묻고 있을 뿐이다.이는 통신사 등 다른 뉴스 생산자가 제공한 기사를 그대로 가져다 싣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언론사들의 경우와 대비된다. 변현철 대법원 공보관은 “통신사 기사를 실어도 언론사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명예훼손을 당한 당사자는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 신청을 할 수 있고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털 쪽은 오보로 판명난 기사에 대해서도 정정보도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태도다. 박선영 네이버 뉴스팀장은 “기사 정정은 편집권의 문제여서 모든 권한은 언론사에 있다”며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엔지오학과)는 “적어도 포털 사이트 초기화면에 노출되는 기사는 사실관계 등을 사전에 신중히 점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보로 판명될 경우 초기화면에 정정보도를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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