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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9 17:22 수정 : 2007.04.29 17:22

‘대전문화역사진흥회’ 회장 이전오 주주

‘대전문화역사진흥회’ 회장 이전오 주주

우리말 땅이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잘 모르신다고요. 그럼 ‘대전문화역사진흥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전오(57) 창간주주에게 물어보세요. 지명 풀이에서부터 관련된 옛이야기까지, 친절하게 모두 설명해 드립니다.

지명 풀이에 대한 이전오 주주의 관심은 ‘여행’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결혼도 늦게 했다’는 그는 해외여행이 생소했던 1992년, 홀로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15일 동안의 유럽여행 길에 올랐답니다. 의사소통도 잘 안 되고, 여행 3일째에는 배낭까지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이전오 주주는 유럽 6개국을 둘러보고 무사히 귀국해 ‘뜻을 세우면 길이 보인다 ― 이전오 무전 유럽 배낭여행기’(문경출판사·2001)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남다른 그의 경험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대 청년 시절에는 자신이 감동 깊게 읽은 책을 친구나 지인들에게 소개하는 ‘책권하기 운동’을 시작해 전국적인 모임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군산에서 활동했던 향토사학자 최칠선 선생의 도움으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양강좌 강의도 했습니다.

이런 그가 2001년 12월, 또 일을 벌이게 됩니다. ‘대전문화역사진흥회’의 설립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전문화역사진흥회’는 내 집, 내 고장에서부터 우리 것을 지켜내고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겨레의 얼과 혼을 문화와 역사 속에서 바로 세우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통일단체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우리의 유적들과 말을 지켜가는 문화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처음엔 작은 관심에서 시작하게 됐는데 이제는 이 일이 본업이 되어 버렸네요”라며 이전오 주주는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설립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국민들이 역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강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현재 대전문화역사진흥회에서는 문화재청의 위탁을 받아 초·중등 학생들에게 지역 문화재에 대해 교육할 교사를 양성하는 ‘문화유산 방문교육 강사 양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답니다.

얼마 전 이전오 주주는 또 한 번의 큰일을 치렀습니다. 지난 5년 동안의 현지답사와 자료조사를 통해 축적된 대전지역의 유적과 지역 지명에 관한 내용들을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한밭의 우리말 이름과 옛이야기>라는 책으로 결실을 본 것입니다. 그는 대전 지역의 작은 동네 이름까지 재밌게 풀이한 <한밭의 우리말 이름과 옛이야기>를 통해 시민들이 우리말과 땅이름의 유래에 대해 기억하길 바랍니다.

책에 나오는 재밌는 마을 이름을 두 개만 소개합니다.

대전시 중구에 있는 ‘부사동’. 부사동의 이름에는 백제시대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슴 아린 전설이 떠오릅니다. 백제시대 ‘사득’이란 총각과 ‘부용’이라는 처녀가 살았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자 사득이는 싸움터로 나가고, 부용은 매일 밤 울면서 그를 기다리다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부용이 죽고 얼마 후, 온 나라에 가뭄이 들었습니다. 가뭄으로 마을 사람들이 힘겹게 살아가던 중, 한 노인이 하룻밤은 부용이 꿈을, 또 하룻밤은 사득이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부용이와 사득이는 각각 꿈속에서 견우직녀가 만나듯 영혼결혼을 시켜주면 샘물이 펑펑 솟게 해주겠노라고 했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칠석날 우물을 치고 영혼결혼식을 올렸고, 식이 끝나자마자 우물에서는 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그 우물을 부용이와 사득이의 이름을 따서 ‘부사샘’, 마을 이름을 ‘부사리’라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우연한 계기로 마을 이름이 정해진 경우도 있습니다. 대전시 유성구 봉산동의 ‘부시골’, 이곳의 유래 역시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전문화역사진흥회’ 회장 이전오 주주(왼쪽)

봉산동에 살고 있는 부씨라는 부자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박씨라는 사람이 부씨를 찾아와 머슴으로 써달라고 부탁을 하자, 부씨는 바위와 돌이 많은 야산을 개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야산에 간 박씨는 돌들을 치우다 우연히 돌을 부딪쳐 보니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고, 그 야산의 돌들은 다름아닌 ‘부싯돌’이었던 것입니다. 부싯돌을 발견한 박씨는 주인인 부씨에게 이를 보여줬고, 부씨는 신기해하며 박씨가 가진 부싯돌과 자신이 갖고 있던 야산을 바꿨다고 합니다. 이후 박씨는 부씨에게 받은 야산에서 나온 부싯돌을 팔아 큰 부자가 됐고 박씨가 부싯돌을 파낸 곳은 ‘부시골’이라고 불렸답니다.

더 재미있는 한밭의 지명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면 ‘대전문화역사진흥회’(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중학교 정문 옆에 위치·042-257-6626)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글 박민호 jewel-mh@hanmail.net/<하니바람> 리포터

사진 김윤섭 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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