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9 20:15
수정 : 2007.05.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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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진보·보수 진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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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시민단체 엇갈린 풍향
KBS, 디지털 전환 앞두고 1천원 안팎 올릴 채비
진보단체·학계 공감…보수단체·한나라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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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시민단체 엇갈린 풍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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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이 디지털방송 전환을 이유로 1천원 안팎의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진보와 보수 단체 시각이 미묘하게 갈려 앞으로의 여론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방송 “수신료 현실화해야”=한국방송은 8일 보도자료를 내어 “1조원 이상이 드는 디지털 전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수신료 현실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1천원 안팎의 인상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을 확정하면서 수신료 인상안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특별법안에는 ‘방송사업자의 디지털 전환 비용 부담에 따른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 국회 등 관련기관에 건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1981년 이후 26년 동안 월 2500원으로 묶여온 수신료를 1천원 올릴 경우 연간 2000억원 이상 더 거두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방송은 이번주 안에 국민 여론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하면 이를 방송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여론조사 결과를 반드시 함께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위가 수신료 인상안을 60일 안에 검토한 뒤 국회로 넘기면, 국회는 문화관광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하게 된다. 한국방송은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진보진영 “조건 내걸고 인상안 주도”=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사회적 합의를 주도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전규찬 소장은 “이번 기회에 수신료를 현실화하고 공영방송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며 “이달 안에 9가지 구체적 약속을 한국방송에 제안하며 수신료 인상안을 주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건에는 프로그램 편성, 이사회·시청자위원회 운영방식, 임금 삭감을 포함한 구조조정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관련 단체들과의 연대, 한국방송 노사와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차장도 “수신료 인상의 전제 항목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많다. 강대인 건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영국 〈비비시〉(BBC),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등 공영방송은 재정의 90~95%를 수신료로 충당하는 데 반해 한국방송은 수신료 비율이 절반도 안 되는 만큼 수신료 인상은 옳은 방향”이라며 “다만 상업성을 버리는 등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 의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재정적 뒷받침이 돼야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공영방송의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진영 “인상 필요해도 지금은 부적절”=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 시기는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는 9일 성명을 내어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시기와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며 “한국방송은 먼저 불공정 보도, 정치적 편파성을 사과해야 하며, 수신료 인상안을 현 정부 임기 안에 졸속으로 강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단체는 진보 성향의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반대 기류와 연결짓기도 한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케이비에스 정상화운동본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어용·편파보도의 주범인 정연주 사장 체제 아래서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안은 국민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며 “정연주 사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수신료 인상안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직무대행은 8일 국회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려는 이번 한국방송의 수신료 인상 계획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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