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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5 22:05 수정 : 2007.05.15 22:05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미디어 전망대

〈한국방송〉의 올 광고 수익이 지난해보다 28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반 경비를 줄여도 380억원의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상파 텔레비전 전반의 광고수익은 줄어들고 프로그램 제작비와 운영비 부담은 늘어나면서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제작비 30퍼센트 삭감’, ‘운영비 20퍼센트 삭감’과 같은 소문이 떠돌지만, 그런 응급조처로 해결할 수 있는 사태인지 의문이 앞선다. 한국방송 쪽의 텔레비전 수신료 인상 추진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온다. 또 그렇기 때문에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광고 수익이 떨어지니까 수신료 인상을 시도한다는 불만이다.

한국방송은 이에 대해 수신료 인상이 없으면 2012년까지의 디지털 전환도 어렵고 그래서 220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대승적 명분을 내세운다. 27년째 월 2500원에 묶여 있는 수신료를 물가연동제 전환, 정액 인상 등의 방식을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한다. 그렇지만 수신료 인상이 경영 안정화의 핵심적 조처라는 사실을 노사 누구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내 설문 결과, 절반 정도가 수신료를 인상하지 못한 것을 회사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수신료 인상을 통해 재정위기를 돌파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소망 아닌가 싶다.

1000원 인상이면 2000억원이 더 걷히는 계산이다. 대충 이러한 인상안을 갖고 한국방송은 9월 정기국회에서의 통과를 목표로 서두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전에 할 일이 많다. 첩첩산중, 장애물 제거가 수월하지 않다. 방송위원회를 거쳐 국회로 넘어가기 전에 ‘대국민 여론조사’라는 딸깍고개부터 넘어야 한다. 결코 형식적 절차로 만만히 여길 수 없는 고비다. 이 단계에서 사회적 지지, 합의를 확인하지 못하면 모든 게 도루묵이라는 비장한 심정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자체 감량 경영과 공영성 강화, 독립성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결코 일부 수구적 진영만의 것이 아님을 간파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가적 사업’, ‘막중한 책무’ 운운하는 너무 모호하고 커다란 이야기는 삼가는 게 옳다. 솔직히 나서는 게 더 낫다. 수신료 인상을 통해 경영 안정화를 꾀하고, 그러면서 다 나은 공익적 서비스를 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하는 게 나은 전략일 성싶다. 자체 경영 효율화의 프로그램을 내놓고, 방송 공정성 방안을 내놓고, 방송 독립성 계획을 내놓고 사회적 합의와 대중적 지지를 구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편성과 조직운영, 경영방식에서 새로운 전망을 내놓고서 시청자의 이해를 구하며, 바로 이런 사회적 약속과 합의를 기반으로 ‘현실화’ 일정을 추진하는 게 맞다.

정치권이 아닌, 여론 주도층도 아닌, 예리한 일반 시청자들과 정확한 주고받음의 딜을 하는 게 도리인 것이다. 합리적 다중과의 겸손한 거래.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조·중·동뿐만 아닌 대다수의 일간지, 학계의 저지망을 뚫고 목표를 실현할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하니 일정을 공표하고 분명한 의사를 표명하기에 앞서, 사회에 내놓을 최소한 열 가지 정도의 구체적인 약속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기초로 대화 망을 넓혀야 한다. 그런 성찰적 태도로 사회의 도움을 요청한다면 틀림없이 소수이긴 하나 도우미들이 나설지 모른다. 거룩한 명분, 거대한 구호보다는 진지한 반성과 책임 있는 약속이 오해와 불만 치유의 주효약이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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