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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7 17:40 수정 : 2007.05.27 17:40

일본 구마모토현 지케이 병원의 ‘황새의 요람’의 모습과 홍보 로고. 지케이병원 제공

홀씨통신

‘아기 우체통’ 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이 드세요? 저는 아기를 배달해주는 듯한 조금은 낭만적인 느낌이 듭니다만, 실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아기 우체통은, 독일 표현인 ‘Baby Klappe’를 번역한 것으로, ‘우체통에 달린 뚜껑’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임신 중절 비율을 줄이기 위해, 혹은 아기를 키울 수 없어 버리거나 죽이는 처절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만든 일종의 ‘시설’입니다. 독일은 80개가 넘는 시설이 있으며 실제로 아기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기여를 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아기 우체통 시설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구마모토현 지케이(慈惠) 병원의 ‘황새의 요람’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시설은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있습니다.

① 병원의 한적한 곳에 45㎝×65㎝의 문을 만들고, 그 안에 섭씨 36℃를 유지하는 보육기를 놓는다. ② 아기가 그 안에 놓이면, 알람이 울려 병원의 담당자에게 알린다. ③ 감시 카메라는 아기만 비추게 된다. ④ ‘아무래도 아기를 다시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저희를 믿고 언제든 연락을 주십시오’라는 편지를 놓아 둔다.

아기는 태어난 지 2주 이내의 신생아로, 한번 아기를 놓으면 다시 꺼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부모의 신중함이 요구됩니다.

사실 이 ‘황새의 요람’은, 일본에서의 첫 아기 우체통이 아닙니다. 20년 전 군마현의 ‘천사의 집’에서 5년 동안 운영됐던 적이 있습니다. 아기를 놓고 조명을 켜면 담당자가 오는 시설이었는데, 한 아기가 동사하는 사고로 안타깝게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하지 않는 임신과 버려지는 아기들이 적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볼 때, 일본에서의 공식적인 아기 우체통 운영은 많은 의미를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어떠한 이름으로든 ‘아기 우체통’과 유사한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벨기에, 체코, 헝가리, 인도 등으로 아시아에서 공식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 처음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곧 ‘아기 우체통’(한국식으로는 어떠한 이름이 붙게 될지는 미정입니다만) 문제가 곧 불거지리라 예상됩니다.

사실 ‘아기 우체통’ 설치를 두고 찬반론은 뜨겁습니다. 아기 돌보기가 조금 힘들다고 아기를 ‘버리는’ 풍조를 조장하거나 아동복지·아동학대·보호책임 등 각종 법에 위배되는 행위가 많아질 우려가 있으므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기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하거나 혹은 아기 우체통을 방문해 편지나 상담을 할 수 있는 이점, 우체통에 맡겨진 아기가 입양되기 쉬워지는 점 등을 생각해서 ‘찬성’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찬성과 반대, 어떤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심수정 yukimori@hanmail.net/<하니바람> 일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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